[지상토론] 이대호 일본진출 반대…“방망이는 되는데 주루·수비가 통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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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4일 07시 00분


이대호 일본진출 어떻게 생각합니까?
선수·단장 등 70명에게 물어보니…

약점 파고드는 日현미경 야구 적응 우려
단장·해설자 등 전체 24% 부정적 견해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 스포츠동아DB
이대호(29·롯데)는 이제 한국야구의 상징적인 인물로 성장했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이대호에 대해 벌써부터 일본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인 한신 타이거스가 영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일본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대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한국대표팀 중심타자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 일본 내 인지도를 높였다. 게다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7관왕에 오르면서 일본 구단들의 관심을 더욱 부추겼다.

과연 이대호는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한국에 남아 개인기록을 쌓고 한국프로야구의 흥행을 책임지는 것이 좋을까. 스포츠동아는 올 시즌 후 ‘태풍의 눈’이 될 이대호의 진로에 관해 프로야구 선수 40명(구단당 5명)과 코치, 프런트, 해설위원, KBO 관계자 30명 등 총 7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대호의 일본 진출에 대해 찬성하느냐’, ‘일본진출시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 대해 물어봤다. 이대호는 올 시즌 후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의 모든 구단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는 신분이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는 해외 진출시에는 미국보다는 일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 유보·반대 입장 들어보니…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대호(29·롯데)의 일본진출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데 반해 단장과 코치, 해설자 중에는 반대·유보의 의견을 밝힌 이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선택은 본인의 몫”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내리그 흥행”과 “쉽지 않은 일본무대 적응문제”를 이유로 꼽으며 ‘신중론’을 펼쳤다.

설문에 참가한 70명 중 이대호의 일본진출에 반대(10명)·유보(7명) 입장을 밝힌 관계자는 24.3%.‘이대호가 일본에서 통할까?’라는 질문에 부정적 답변(8명)을 하거나 유보(10명) 입장을 내놓은 관계자도 25.7%에 이르렀다.

○이대호는 부산 최고스타…야구열기 식을까 우려

A구단 단장은“이대호는 한국 최고 인기 구단의 스타다. 다른 선수들의 일본 진출과는 또 다르다”며 특급선수 유출이 흥행부진으로 이어질 것을 염려했다. B구단의 코치는“예전에는 선수들이 목돈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해외진출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에서도 자유계약(FA)으로 풀리면 충분한 대우를 해주지 않나.

일본진출이 야구계 전체로 보나, 선수 개인으로 보나 능사는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구연 해설위원도 “국내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진출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선수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대우의 문제인데, 국내 프로야구의 볼륨을 키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전제를 명확히 했다.

○이대호, 방망이 실력만으로는 안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김인식 기술위원장은 “찬반을 가르는 것은 아니지만, 신중할 필요는 있다. 이대호는 기본적으로 일본무대에서도 통한다고 본다. 하지만 수비·주루 능력을 살펴보면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에서 뛰어야 할 텐데, 일본투수들은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구분하기 힘든 공을 잘 던진다. 거기에 잘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구단 코치 역시 “타율 2할8푼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외국(미국 또는 중남미) 타자들도 칠 수 있다. 이대호는 수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잘 쳐야 한다”고 평가했다. C구단 코치는 “이대호의 스타일로 봐서는 일본보다 미국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일본야구에 적응하려면 공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들었다. 타격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D구단 코치도 “용병은 수비와 베이스러닝이 돼야 팀에서 자리 잡기가 편하다”고 했다.

○일본의 현미경 야구, 타격 7관왕도 쉽지 않다

이대호의 최대강점인 타격능력도 일본무대에서는 적응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무결점’으로 알려진 7관왕의 타격 메커니즘에도 분명 약한 고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현미경 야구는 이 점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구단 코치는 “이대호는 좋은 타자지만, 몸쪽과 떨어지는 공에 큰 약점이 있다. 김태균이 헤맨 것도 일본 투수들이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까닭 아닌가. (이대호도) 힘들다고 본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익명을 요구한 해설위원도 “이대호가 물론 꾸준히 잘했지만, 압도적인 성적을 낸 것은 지난 시즌 뿐이다. 적응에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뚜렷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국내에 남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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