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24개 대회를 개최하겠다는 2011년 시즌 일정을 발표했다. 전년에 비해 2개 늘어났다. 외형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 1990년 9개, 2000년 15개 밖에 되지 않던 대회 수는 20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도 함께 성장했다. 아직 2011년 일정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작년 18개 대회가 열려 2000년 14개 보다 4개 대회가 늘어났다. 올해도 약간의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내실은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대회 수는 늘어났지만 역사와 전통 있는 대회를 찾기 어렵다.
17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인근 리비에라 골프장에서 열린 PGA 투어 노던트러스트오픈은 8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세계 최대의 골프축제라는 마스터스보다 더 역사가 깊다. 골프장은 이를 자랑으로 여긴다. 같은 장소에서 80년 넘게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은 프로골프 역사가 50년 밖에 되지 않은 우리로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국내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는 대회가 하나둘 탄생하고 있다.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과 신한동해오픈, 매경오픈, SK텔레콤오픈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회는 2∼3년 개최하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대회를 개최할 골프장을 구하지 못해 해마다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는 경우도 있다.
우리의 골프대회가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골프대회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원기업에서는 고객을 위한 홍보용으로, 골프장은 대회 개최에 대한 명성보다는 영업적인 측면을 먼저 고려한다. 그러다보니 대회는 철저하게 후원사와 골프장 편의에만 맞춰져 진행된다.
정작 중요한 팬들은 관심 밖에 놓여 있다. 노던트러스트오픈 개막을 이틀 앞둔 화요일의 연습라운드. 수백 명의 팬이 골프장으로 몰려왔다. 지역 주민들은 교통통제 등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이를 자랑으로 여겼다. 역사도 역사지만 팬들과 함께 하는 전통이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