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가보훈처장으로 내정된 박승춘 예비역 육군 중장(사진)은 30여 년의 군 생활 대부분을 북한 군사정보 부서에서 보낸 북한 전문가다. 그는 군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인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장으로 재임하던 2004년 7월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사건 때 군복을 벗었다.
당시 북한 경비정은 중국 어선과 짜고 함께 NLL을 침범하면서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중국 어선이 내려간다”고 허위 통신을 남측에 보냈지만 한국 해군 함정은 이에 속지 않고 “넘어오지 말라”고 경고한 뒤 그래도 멈추지 않자 경고사격을 해 북쪽으로 퇴각시켰다.
그러나 다음 날 북한이 ‘남측이 교신을 하지 않고 우리 배를 향해 발포했다’고 주장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군이 허위 보고를 했다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박 본부장은 남북 함정 간 교신내용 등을 일부 언론에 공개한 뒤 조사를 받았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언론에 제공한 정보는 군사기밀이 아닌 평문(平文)이었고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기 위해 정보를 제공했다”며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조사 지시 이후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부하들에게 집중되자 박 본부장이 관련 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군 수뇌부는 박 본부장이 정보 수장으로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이에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군에 누를 끼쳤다는 점에서 전역을 결정했다. 더는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형식은 자진 전역이었지만 권력 핵심에 항명한 괘씸죄에 따른 불명예 제대였다.
이후 그는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 또 민간단체인 국제발전미래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아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활동을 펴왔다.
특히 각종 세미나와 강연을 통해 NLL의 군사적 중요성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초래될 안보 위기를 지적해 왔다. 그는 “NLL이 북의 뜻대로 조정된다면 서해 5도가 당장 군사적 위협에 노출되고 유사시 인천과 수도권에 대한 적의 기습을 감시, 경보, 격멸할 수 있는 ‘안보 차단막’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이력 탓에 군 안팎에선 노무현 정권에서 불명예 전역했던 그가 7년 만에 국가보훈 업무의 수장이 되어 명예회복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앞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방향에 역점을 두고 보훈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족은 부인 김남순 씨(59)와 1남 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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