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 도사' '라디오스타' '놀러와' '강심장'등 TV는 바야흐로 연예 토크쇼 전성시대다. 매 회 화려한 게스트를 내세우거나 MC들의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소위 말하는 분위기 '업(UP)'된 토크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SBS '강심장'(진행 강호동 이승기)과 맞붙는 KBS 2TV '승승장구'(진행 김승우, 이수근, 정재용, 이기광)는 요즘 연예 토크쇼와는 다르게 심심하리만큼 점잖은 스타일을 추구한다. '승승장구'의 MC 4명은 '헉!' 소리가 날만큼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아!' 소리가 날만큼 감탄을 주는 진행을 선보이지도 않는다.
더욱이 드라마-영화 외의 방송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그야말로 배우 이미지가 강한 '예능 신인' 김승우가 메인MC다. 많은 연예 관계자들은 '승승장구'가 4개월 만에 조기 폐지된 '박중훈 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승승장구'는 어느덧 1년을 넘기게 됐다.
뛰어난 예능 MC도 없고 특A급의 게스트도 없는 '승승장구'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진정'과 '진심'은 시청자-게스트-제작진 모두에게 통(通)한다!
연출자 윤현준 PD는 '승승장구'만의 특색을 '진정성'에 맞췄다.
윤 PD는 "너희 토크쇼는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확실히 이게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성'을 가지고 한다. 시청자들의 질문을 받고 뽑으면서, '이게 얼마나 방송에 도움이 될까'도 중요하긴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질문 하나하나를 소중히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승승장구'는 '스타와 시청자가 함께 하는 신개념 토크쇼'라는 모토를 내세운 만큼 시청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프로그램을 이끈다. 제작진들은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이 함께 간다는 생각에 진심어린 정성을 쏟고, 재미를 부각하기보다 진실을 전달한다는 것.
이밖에 '게스트의 차별화'도 언급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는 게스트에 대해 신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캐스팅이 괜찮다는 신념이 생기고 있다. 특A급 게스트가 나와 주면 좋겠지만 굳이 섭외할 필요는 없다"며 "MC와 제작진들이 함께 상의한 결과 내린 결론은 '우리는 토크쇼를 하는 거다'. 그렇다면 게스트의 얘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잔잔하게나마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PD는 "소위 말하는 유명인, 인터넷에 많이 오르내리는 사람을 섭외하기 보다는 우리가 인터뷰했을 때 우리 스스로도 느끼는 게 있고 감동을 받고 '아, 이런 얘기는 시청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는 얘기 거리가 있는 사람을 캐스팅하자고 마음먹고 그렇게 캐스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4명의 MC에게 애정을 보이며 "아주 노련한 MC같으면 현장에서 파고들어서 어떻게 해서든 캐내서 방송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역량의 문제가 아니다. 생각의 문제고 스타일의 문제일 수 있는데 우리 MC들이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MC들은 게스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얼마나 더 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느냐가 관건이다"라며 "돌발 상황 대처 능력이 베테랑인 강호동, 유재석보다 떨어지지만 얘기를 들어주는 진지함에 있어서는 우리 MC들이 굉장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 연예 토크 본분 잃고 마냥 진지하다?… '예능 대세' 합류로 '감'도 잃지 않겠다
하지만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진정성'만을 추구하고 재미를 모두 버릴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승승장구'는 히든카드를 내세웠다. '예능 대세' 이수근을 전격 투입한 것. 기존 4MC 중 한명이었던 김성수가 연기에 전념하기 위해 하차했고 여기에 이수근이 합류하며 다시 한번 전열을 재정비하게 됐다.
24일 공개된 '승승장구'의 녹화현장에서도 이수근은 본능적인 예능감을 발휘했다. 첫 녹화임에도 게스트의 말을 놓치지 않고 받아치며 녹화현장에 활기를 띄웠다.
메인MC 김승우는 이수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웃음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수근이 해소해 줄 거라 생각한다"며 "이수근이 돌발적인 상황에서 재밌게 해주는 부분이 있어서 즐겁고 유쾌하다. 개인적으로 이수근한테 거는 기대가 크다. 많이 보완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근은 "내가 투입됐다고 시청률에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며 "'승승장구'에서 조금이나마 웃음이란 면에서 보탬이 됐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오랜만에 눈치 안보고 방송을 할 것 같다"며 "다른 진행자들도 내가 어떤 얘기를 해도 귀담아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기에, 개그맨으로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승승장구'는 또한 이수근의 투입과 함께 프로그램에도 작은 변화를 줬다. 게스트의 일대기적 구성보다는 게스트의 인생 중요 포인트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기본적인 토크의 구조는 유지하면서 플러스 알파 효과를 노린다는 것이 윤 PD의 복안이다.
윤 PD는 "앞으로 우리 프로그램 나름대로의 길을 얼마나 잘 가느냐가 문제인 것 같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봤을 때 프로그램의 컨셉트와 장점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를 봐줬으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승승장구'는 절반의 성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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