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거주 한국 교민 198명이 25일 이집트항공 전세기 편으로 리비아를 탈출해 이집트에 도착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60석 규모의 이집트항공 전세기 에어버스330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공항을 떠나 오후 6시 25분(이하 한국시간)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다”며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이 입국 수속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도착한 교민 대부분이 가급적 빨리 서울로 가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로 빠져나온 교민들은 “트리폴리 공항 주변 길가에 수천 명의 외국인이 공항 경비대원의 무자비한 몽둥이세례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전세기 도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엠코 이종현 씨는 “공항 경비대원들이 질서 유지를 위해 철제 체인과 몽둥이로 인정사정없이 내리치는 장면을 숱하게 볼 수 있었다”며 “부유한 나라들은 그나마 전세기를 보낼 수 있지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 교민들은 리비아대사관과 현지 주재 기업들이 제공한 공항 주변 숙소에 묵거나 공항청사 안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방글라데시와 네팔, 이집트, 필리핀 등에서 온 ‘제3국 근로자’들의 경우 겉옷과 담요로 몸을 가린 채 항공기에 빈자리가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주와라 현장에서 빠져나온 ANC 소속 이성덕 씨(69)도 “한국사람 중에는 매질을 당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리비아 공항 경비대원들이 대기하는 다른 나라 근로자들을 동물 다루듯 두들겨 팼다”며 “이란 팔레비 왕정이 무너질 때도 현장에 있었지만, 리비아가 훨씬 심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집트항공 전세기와 별도로 25일 새벽 인천공항을 떠난 대한항공 보잉747(330석 규모)은 26일 새벽 트리폴리 공항에 도착해 330명의 교민을 태웠다. 이 비행기는 이탈리아 로마를 경유해 26일 오후 5시 50분경 한국에 도착한다.
이집트항공의 다른 전세기(330석 규모)도 25일 밤 카이로를 출발해 리비아 중부의 시르테 공항으로 떠났다. 시르테에서는 두산중공업 소속 한국인 직원 60여 명과 외국인 근로자 약 200명이 이 전세기 편으로 리비아를 떠난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르테는 서북부 트리폴리와 동북부 벵가지 사이에 있어 육로 철수가 어렵기 때문에 전세기를 투입했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에 있던 다른 한국 업체들의 직원 76명은 25일 육로를 이용해 튀니지로 이동했다. 24일에는 이수건설 직원 41명이 육로로 튀니지에 도착했으며 이 중 여권이 없는 이수건설 직원 1명이 리비아-튀니지 국경에서 대기하며 입국을 추진하고 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한화건설 직원 3명은 24일 항공편으로 트리폴리를 떠나 알제리에 도착했으며, 22일에는 쌍용건설 직원 3명과 두산중공업 2명이 항공편으로 각각 이집트와 불가리아에 도착했다.
벵가지 등 동부지역 교민들도 육로를 통해 이집트로 탈출하고 있다. 24일에는 원건설 직원 53명과 대우건설 직원 3명이, 22일에는 감리회사 공간 직원 9명이 각각 이집트에 도착했다. 한미파슨스 직원 26명 등 교민 약 50명은 터키 선박을 이용해 벵가지 항을 떠나 터키로 향했다.
이로써 리비아 교민 1412명 중 26일 새벽까지 830명이 리비아를 탈출한 것으로 외교부는 파악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트리폴리 등 중서부 지역의 교민 715명이, 벵가지 등 동부 지역 교민 115명이 리비아를 떠났다. 나머지 582명은 일단 현지에 남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잔류한 한국인은 대부분 현지 진출 기업의 직원들”이라면서 “고가의 시설물과 핵심 장비 등을 지키면서 사태를 관망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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