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는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의 기밀 유출 스캔들이 드러난 8일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국자들은 지난해 특채 파동 이후 강력한 인사쇄신안을 추진하며 회복해온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것을 우려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부서를 떠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인데 송구스럽다. 외교부가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며 “잘못된 일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문제가 된 영사 3명 중 외교부 본부 직원인 P 씨(48)에 대해 감사관실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당국자는 “지난달 24일 국무총리실로부터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근무했던 P 씨가 품위 손상과 자료 유출 의혹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P 씨는 덩신밍 씨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혹을 부인하며 “상하이를 방문한 한국 고위 인사와 중국 고위 인사의 면담을 주선하는 과정에서 업무관계로 만났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P 씨는 “이 과정에서 면담 대상 한국 인사의 인적사항과 방문 일정을 덩 씨에게 제공했을 뿐 기밀 유출은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상하이 영사들이 도움을 받았다는 덩 씨가 누구인지조차 외교부가 파악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갖고 있던 고위 인사들의 전화번호가 덩 씨에게 유출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이날 김 전 총영사를 불러 유출 경위에 대해 4시간가량 조사했다. 김 전 총영사는 “덩 씨에게 유출된 자료 중 일부는 내가 갖고 있던 자료가 맞으나 어떻게 유출됐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9일 김 전 총영사를 다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덩 씨는 상하이 교민 사회에서도 유명했다. 교민 사회 소식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한 교민은 “덩 씨가 영사관이나 기업인 등을 상대로 민원을 해결해주겠다고 나서면서 상당히 공개적으로 활동을 해왔다”며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또 상하이 한국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영사 두 사람의 귀국으로 잠잠해지나 했는데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침통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진웅 부총영사는 “8일 영사 21명이 모두 모여 회의를 하고 총영사관이 자숙하면서 교민에 대한 봉사에 더욱 충실하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상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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