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관 ‘상하이 스캔들’]대한민국 외교가 농락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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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9일 03시 00분


‘李대통령 상하이 동선’ 유출… 국회의원 등 200명 전화번호도
靑 1월에 사건 보고받아… 법무부, 사표만 받고 은폐시도 의혹

‘상하이 마타하리’와의 부적절한 만남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외교가를 뒤흔들어 놓은 중국 여성 덩신밍 씨. 덩 씨와 다정한 포즈로 사진을 찍은 H 전 영사(법무부 소속), P 전 영사(외교부 소속), 유출된 대선 당시 MB 캠프 인사 전화번호(왼쪽부터).
‘상하이 마타하리’와의 부적절한 만남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 소속 영사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며 외교가를 뒤흔들어 놓은 중국 여성 덩신밍 씨. 덩 씨와 다정한 포즈로 사진을 찍은 H 전 영사(법무부 소속), P 전 영사(외교부 소속), 유출된 대선 당시 MB 캠프 인사 전화번호(왼쪽부터).
중국 상하이(上海)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뒤흔든 중국 여성 덩신밍(鄧新明·33) 씨가 수집한 한국 관련 정보 중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원들의 상하이 방문 일정 및 동선(動線), 대통령부인 김윤옥 여사와 국내 주요 정치인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는 1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보고를 통해 관련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무총리실 등 관계 부처가 확보한 유출 자료에 따르면 김 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를 비롯해 이 대통령이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활동할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원이던 현직 한나라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 등 현 정권 주요 관계자 연락처 200여 개가 사진 및 엑셀 파일 형태로 정리돼 있었다. 이 자료는 중국에 거주 중인 덩 씨의 한국인 남편 진모 씨(37)가 덩 씨의 개인금고 및 컴퓨터, 디지털카메라, 휴대전화 등에서 확보해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가 진 씨를 통해 입수한 덩 씨의 자료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이재오 특임장관과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별보좌관, 박형준 대통령사회특별보좌관 등 현 정권 실세, 한나라당 정두언 최고위원, 원희룡 사무총장, 박진 홍정욱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포함돼 있다. 김윤옥 여사의 휴대전화 번호는 한때 실제 사용한 번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덩 씨와의 문제로 조기 귀국한 지식경제부 소속 K 전 상무관은 감찰조사에서 지난해 5월 상하이 엑스포 당시 이 대통령의 의전차량 이동 일정 및 수행원 관련 정보가 담긴 문건을 덩 씨에게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정무를 담당했던 P 전 영사도 2008년 5월 신정승 전 주중대사의 상하이 당서기 및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 전 대사 관련 정보를 덩 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덩 씨는 상하이 총영사관 내부 자료도 수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진 씨가 총리실 등에 제출한 자료에는 영사관 월별 비자 발급 현황 및 비자 심사 대리 기관, 비자 대행신청 여행사 현황 등 내부 자료들이 ‘대외보안’이라고 적힌 영사관 내부 연락망과 함께 담겨 있었다. 이 자료들은 덩 씨가 한국 비자 대행 이권을 노렸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한편 지난달 사표가 수리된 법무부 소속 H 전 영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 청와대에서 파견 근무를 했고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수행비서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어 전 정부의 자료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감찰하는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고발이나 수사 의뢰가 있으면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1월 조사를 시작한다는 보고를 받았고 2월에 1차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며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과의 연계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도 2004년 5월 상하이 주재 일본총영사관에서 근무하던 40대 관리가 중국 측으로부터 외교기밀 누설을 강요받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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