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나로 살고싶다” 재기 발판 노린듯…
‘박사 딴건 사실’ 등 일방적 주장 신뢰 의문
신정아 씨가 낸 책 제목 ‘4001’은 신 씨가 수감생활 때 썼던 수인번호다. 신 씨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수인번호 ‘4001번’과 헤어지는 날이다. 그래서 제목을 그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책을 펴낸 사월의책 안희곤 대표는 신 씨를 대신해 “그동안의 과오를 참회하고 용서받으려는 의도가 크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으려는 목적도 있다”고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신 씨의 책 출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많다.
우선 묻어두고 싶을 법한 과거를 들추고, 소송에 휘말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민감한 내용을 담은 책을 낸 의도 자체가 궁금하다는 시각이다.
출판계는 신 씨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책 출간이라는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씨 자신도 “또 다른 신정아로서 살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냈다”고 밝혔다. 신 씨가 책이 나오기 전 일부 신문, 방송과 인터뷰를 한 것도 책 발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것이 주변의 해석이다. 안 대표는 “실명이 등장하는 부분에 대한 법률 검토를 최종적으로 하느라 당초 예상보다 일주일 늦게 나왔다”고 밝혔다.
책에 소개한 내용의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예일대 박사 학위 위조에 대한 해명은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지적이다. 신 씨는 책에서 “미국인 브로커에게 논문 대필을 시킨 건 내 잘못이지만 학위 논문을 직접 위조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린다 트레이시라는 인물을 고용해 논문을 대신 쓰게 했다는 것이다. 신 씨는 “대필을 하긴 했지만 분명히 학위를 받았다”면서 “어째서 학위까지 받은 논문이 1981년 이미 버지니아대에서 출판됐던 논문이었던 건지, 2005년 동국대 채용 당시만 해도 존재했던 학위가 왜 2년 만에 없어졌는지는 모르겠다”고 썼다.
이에 대해서는 트레이시라는 사람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일대 출신의 한 교수는 “예일, 하버드와 같은 최고 대학에 학위 브로커가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 신정아 씨가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일 소지가 크다”면서 “있다면 그 존재를 명백히 밝히거나 최소한 e메일이라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그동안 썼던 일기를 바탕으로 책을 냈다고 밝혔다. 일기 외에 책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갖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 누리꾼은 “신정아가 자서전에서 밝힌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그렇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었는데 조용히 자숙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트위터에 올렸다.
한편 신 씨는 출감 이후의 생활에 대해 “2009년 4월 10일 출소한 뒤로 몸이 붓고 힘들었다. 세상에 나오는 게 참 힘들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신 씨는 점점 긴장이 풀리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생계는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질문에 “홈런볼(과자 이름)도 많이 먹고, 새로 나온 과자도 많이 먹었다”고 농담을 섞어 답했다. 회견을 마무리하면서는 “제가 4001번과 헤어지는 자리에 축하해주러 오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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