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소닉', 뮤지션들의 자비로 진행하는 전미(全美) 투어
●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다" 더 치열하게 도전해야…
서울소닉은 갤럭시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잎, 비둘기우유 이렇게 4팀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명이다.
2011년은 외국뮤지션들의 한국공연이 폭발하고 있는 해로 규정할 수 있다.
이제 겨우 3월이 지나갈 즈음이지만 한국을 다녀간 세계적인 뮤지션들만 10팀이 넘는다. 에릭 클랩튼과 산타나같은 고령의 뮤지션들부터 시작해서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 분야의 정통한 뮤지션의 내한 공연까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뮤지션들이 해외공연에 나섰다는 얘기는 거의 전무하다. 사실 한국 뮤지션의 해외 진출은 그 자체로 뉴스가 될 만큼 희귀한 일이었다(걸그룹의 해외진출은 여기서 논의할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사막에도 오아시스가 있는 법. 자비(自費)와 모금을 통해 북미를 향해 떠난 '서울소닉' 식구들이 뮤지션들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국내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해외투어 공연에 대한 열망이 없을 리가 없다. 가능성 타진은 많았지만 실제 성사가 된 일은 드물었다.
말레이시아를 드나드는 '타마 앤 베가본드'는 현지에 피테오라는 유명 뮤지션을 인맥으로 알고 있었기에 무척이나 예외적인 케이스다. 전 재산을 투자해 중국 베이징 미디락 페스티발을 다녀왔던 '더문'과 '아이러닉휴'가 떠오른다. 그리고 홍대 앞에서도 연중 행사처럼 메탈세력들이 중심이 되어 일본뮤지션들과의 기브 앤 테이크식 합동 공연을 통해 간간히 일본 무대 진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은 언감생심이었다. 음악의 역사나 규모 그리고 인지도로 볼때 너무 먼 시장이었다. 그러나 도전하는 자에게 완전 불가능한 일은 없는 법이다.
■ 한국 뮤지션들의 무모한 미국 음악축제 도전기
'서울소닉 프로젝트'란 실력파 인디밴드의 한달 간의 북미 공연 여행이다. 서울소닉은 갤럭시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잎, 비둘기우유 이렇게 4팀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명이다.
이들은 3월초 자비를 들여 북미대륙을 향해 음악 여정을 떠났다. 기타 가방과 개인 트렁크 하나씩만 들고 험난한 대장정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이 거쳐야 하는 음악 축제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캐나다의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 CMW Canadian Music Week : 3월 9일~12일(토론토, 온타리오)와 미국 최고의 음악 축제 SXSW(South By Southwest) : 3월15일~20일 (오스틴, 텍사스)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 외에도 미국 뉴욕 : 3월24일(The Knitting Factory Brooklyn), 미국 샌디에이고 : 3월 31일 (Tin Can Alehouse), 미국 로스앤젤레스 : 4월2일 (The Roxy Theatre) 등의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도상의 이동거리를 그려 보자면 말 그대로 북미에서 '홍길동 놀이'를 해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장대하다.
식구들 중에 유일하게 한국에 남은 기획자 안성민만이 온라인 사이트와 트위터를 통해 현지에서 들어온 영상과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소닉 참가자들은 말 그대로 '비주류 음악' 마니아들이다. 하드록(hard rock)에서 싸이키델릭(psychedelic) 그리고 자기 구두 끝만을 보고 연주한다는데서 나온 장르명인 슈게이징(shoegazing)을 중심으로 한다.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을 수는 없는 팀들인 셈이다.
미국으로 공연여행을 떠난 한국 인디밴드의 자존심 갤럭시익스프레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 "한국 시장은 좁다!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세계 유수의 국영방송에서는 대중음악차트와 공영음악방송에 메탈밴드와 댄스가수들이 공존하곤 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조금 독특하다. 대중가요와 밴드음악이 서로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 것이다.
게다가 KBS의 <음악창고>와 김정은의 <초코렛>, MBC의 <라라라>가 폐지되면서 그 거리는 더 멀어졌다. 게다가 서울이 아닌 아닌 광주(난장콘서트)와 춘천방송국(올댓뮤직)에서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된 실정이다. EBS의 <공감>은 계속되는 예산삭감과 인력의 부재 속에도 강행군을 이어가는 중인데 원래 있던 손톱만한 예산조차 줄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가지가 서울소닉의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한 배경 중에 한가지 설로 보자면 최근 들어 아이튠즈(iTunes)로 음악을 보급중인 레이블이나 유통회사들이 줄지어 일을 도모하고 있다.
CD판매는 학생들 학용품보다 판매가 저조하고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시장 채소가게 마감시간마냥 묶음으로 내다 팔리는 모둠음원서비스는 관계기관의 허가를 얻어 활성화되어 유통회사들마저 심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가 되었다.
아침이슬만 곱게 받아 마시며 살 수 있는 게 뮤지션이 아니기에 그들도 나름이 대책을 마련한 셈이다. 아시아권을 비롯해 유럽과 아메리카 쪽으로 판로를 개척하고 공연을 주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언제나 최악이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판로가 열리게 된다면 같은 조건에서 뮤지션과 제작사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원래 자본력과 홍보력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용감할 수밖에 없다.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기 때문이다.
■ "커피한잔은 5000원, 그런데 노래 한곡은 아까워?"
다장르가 공존하는 시장으로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커피 한잔에 6달러를 선뜻 지불하면서 온라인에서 1달러도 하지 않는 음악을 구매하기 꺼림칙해 하는 소비자들에게 이제는 만화 속 요정캐릭터처럼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뜨고만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소닉에게 좋은 소식들이 담겨져 온다면 그들을 위시한 여러 팀들이 좀 더 공정한 그리고 합당한 대우와 조건을 받아 양질의 음악을 생산해 낼 것이다.
한달동안 십자군 성지순례와 같이 이전에 어느 누구도 타는 목마름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한국음악의 확장될 시장 확보를 위해, 같은 눈높이에 있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 모두는 서울소닉의 항해에 순풍이 불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들이 자신의 홈페이제 밝힌 출사표는 다음과 같다.
"서울소닉은 다양하고 에너제틱한 한국의 라이브 음악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더 넓은 세계에 소개하려고 합니다. 해외의 다양한 인디 클럽부터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까지, 서울소닉은 한국음악을 아시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로 내보내며 거침없는 속도로 큰 풍파를 일으키고 싶습니다."
꿈이 이루어지길 간절하게 기원한다.
서울소닉은 갤럭시익스프레스, 이디오테잎, 비둘기우유 이렇게 4팀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명이다.
::참고:: 서울소닉 블로그 : http://seoulsonic.tumblr.com/ 서울소닉 투어 일기 : http://music.daum.net/playzone/tourSpecialBoardList.do 김 마스타 / 가수 겸 칼럼니스트 sereeblue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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