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紙 선정 '한국 대중음악 파워100人'
●전문가 평가 뮤지션보다는 미디어, 미디어보다는 기획자…
●SM의 이수만, JYP의 박진영, YG의 양군 1-2-3위 휩쓸어
대중음악SOUND vol.2 표지
노래 한 곡은 3분 남짓에 불과하다.
이런 노래 5~10여곡이 모이면 음반이 만들어진다. 이 노래를 만드는 작사가와 작곡가가 있고 프로듀서와 뮤지션의 힘을 합쳐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낸다…. 일견 단순하게 보이는 대중음악 시장은 생각보다 거대하고 복잡하게 엉켜있다.
노래 한곡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이를 무대에서 공연하고 방송으로 내보내는 순간 거대한 미디어 시스템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콘텐츠 산업의 측면에서 대중음악이란 이미 영화와 드라마를 넘어서는 가장 강력한 위치로 올라셨다. 게다가 뮤지션은 팬덤의 세계에서 영화배우와 탤런트를 넘어서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미디어 산업과 컨텐츠 산업의 결집체인 한국 대중음악 시장은 이제 케이팝(K-pop)이란 명칭으로 세계시장으로 확장해 가면서 그 실체가 보다 복잡해졌다. 특히 가요시장은 한국영화의 '충무로 영화사'나 드라마의 '공중파 3사' 같은 뚜렷한 물적 기반이 흐릿해 정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파워 인물 순위'란 쉽게 도전할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과감하게 이 주제에 도전한 이들이 등장했다. 지난해 연말 창간된 대중음악 무크지 '사운드'(편집장 박준흠)가 한국 대중음악 산업 지형도를 전문가 평가를 통해 순위로 그려본 것이다.
4월4일 발매되는 창간 2호 '사운드'에는 국내 대중음악 전문가(음악평론가, 언론사 대중음악 담당기자, 방송사 음악프로그램 관계자, 포털사이트 대중음악 담당자, 뮤지션, 음반기획자 등) 86명의 심층 설문조사를 통해 100명의 종합순위를 완성시켰다.
실제 순위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국내 대중음악 시장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작업이 됐다는 평가다. 또한 인물 중심이 아니라 사물(미디어, 회사)를 포함시킨 것도 중대한 성과다.
'사운드' 박준흠 편집장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을 움직이는 100'을 꼽아보면서 한국 대중음악에 영향력 있는 '인물과 사물' 모두를 포괄했다"며 "이번에 '인물 중심'으로 선정을 하지 이유는, 일반적으로 대중음악을 대하는 방식 안에는 '경영자, 제작자, 기획자, 창작자' 등에 대한 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실제 '슈퍼스타K'는 즐겨보는 시청자가들은 엠넷의 사장이나 소유주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뮤직뱅크'(KBS), '대학가요제'(MBC)를 즐겨보는 사람들조차도 담당PD 이름을 잘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인터넷 음원사이트인 '멜론', '벅스', '소리바다', '도시락'을 이용하면서도 경영자에 무관심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기업과 서비스가 대중음악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전문가들이 후보를 추천하고 이를 점수화하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순위를 살펴보며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영향력을 대략적이나 가늠해 보자.
대중음악 시장의 영향력 순위를 매기기기가 어려운 이유는 산업의 종사자가 지나치게 방대하기 때문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일 수록 타 분야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관점에서 현재 한국 대중음악 시장의 선두주자는 인지도와 영향력 측면에서 거대 '연예기획사'라는 점이 명확해졌다. 그것도 3대 메이저기획사로 불리는 SM과 JYP 그리고 YG의 영향력이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음악 전문가들 평가였기 때문에 대중음악 반대편에 자리한 고건혁과 이규영이라는 홍대문화의 양대 레이블을 포함시킨 것도 이색적으로 볼 수 있다. 고건혁은 '장기하와 얼굴들'을, 이규영은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을 히트시키며 인디음악을 널리 알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대중음악계 영향력 1위를 차지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왼쪽), 영향력 3위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동아일보 DB ■ 특징 2:엠넷과 MBC 강세, 네이버와 KBS SBS 4. 엠넷미디어(*슈퍼스타K, 엠카운트다운, MAMA, 음악전문케이블방송) + 인터뷰(홍수현 방송사업국장) 6. MBC(쇼! 음악중심, 배철수의 음악캠프, 문화콘서트 난장,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10대 가수상, 음악담당PD) 9. 멜론(*로엔엔터네인먼트, SKT) 11. 네이버(오늘의 뮤직, 온스테이지, 카페, 포털사이트) 17. KBS(*뮤직뱅크, 유희열의 스케치북,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젊음의 행진, 콘서트7080, 심의실, 음악담당PD) 18. SBS(인기가요, 김정은의 초콜릿, 음악담당PD)
오늘날 TV와 FM라디오 채널을 지닌 공중파가 케이블 미디어보다 영향력이 낮다고 생각할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번 순위에서 주목할 점은 케이블 방송인 엣넷 미디어의 대약진이다. 그간 대중문화를 이끌어 온 자부심을 지닌 KBS SBS MBC 등 공중파 3사 입장에서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다.
반대로 엠넷은 최근 '슈퍼스타K'를 대히트 시키고 20년 가까이 꾸준하게 케이블을 통해 음악 방송 시장을 확대하며 공중파의 대항마로 자리매김 했음을 인정받은 결과다. 무엇보다 공중파는 주인이 없는 대신 엠넷은 CJ라는 걸출한 컨텐츠 그룹을 배경으로 삼아 전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케이팝의 영광을 함께 한 CJ가 어디까지 시장을 확대할 것인지도 대중 음악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이 밖에도 네이버나 멜론이 공중파보다 많이 언급됐다는 점에서 이제 음원 시장이 산업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알아챌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을 이끌어온 거장들 역시 고른 지지를 획득했다. 이제 뮤지션이 이끌어가는 시장은 아니지만 뮤지션의 명성만으로도 충분히 그 영향력을 획득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서태지가 맨 윗자리를, 기타리스트 신중현과 가요의 전설 조용필도 고른 지지를 받았다. 특히 고인이 된 유재하와 김광석이 아직도 한국 대중음악 전문가들로부터 잊혀지지 않는 이유가 흥미를 끌었다. 평가자들은 아직도 그들만한 슈퍼스타를 만들어 내지 못한 우리 가요계의 약점을 꼬집은 현상이라고 평했다.
■ 특징 4:기획사 소속 아이돌의 저평가
14. 소녀시대 28. 빅뱅 51. 비 78. 아이돌문화 80. 2NE1 92. 보아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높은 순위에 랭크됐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은 낮은 순위에 위치됐다. 음악 전문가들의 관점에서는 팬들의 숫자보다는 미디어 산업을 이끌어 가는 실제적인 영향력의 관점으로 아이돌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붐을 알린 소녀시대는 높은 순위에 올랐지만 같은 소속사의 보이그룹인 '슈퍼주니어'나 일본시장에서 인기를 끈 '카라' 등은 순위에 이름을 등재하지 못했다. 대신 YG 소속의 '빅뱅'과 '2NE1'은 나란히 순위에 이름을 올려 대중음악전문가들에게는 사랑받고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밖에 포털사이트 네이버(11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주축인 나인엔터테인먼트의 김형일 대표, 유희열의 스케치북(20위), 배철수의 음악캠프(31위), CJ E&M의 이미경 부회장(47위), 애플(49위), 유튜브(54위), 그룹 '동방신기'(70위) 등의 순위가 음악산업 관계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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