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의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25일부터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막상 일본의 발표가 나온 30일에는 대응 수위를 다소 낮췄다. 이는 국민들의 서운한 감정을 달래면서도 독도를 국제적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잔꾀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고심의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늘 이번처럼 국민 여론과 국익 보전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한국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조치 없이 지금 같은 ‘평온한 국가 주권의 실현’ 상태를 계속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과잉 대응을 해 일본에 ‘맞대응’할 구실을 주면 ‘평화로운 상태’가 깨지고 이는 오히려 일본에 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산 9억 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상반기 공사 종료를 목표로 3월 중순에 이미 독도 헬기 이착륙장(헬리포트) 보수를 시작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홍보하지 않았다.
헬리포트는 1981년 완공돼 30년 동안 사용돼 왔으며 안전결함 진단을 받아 개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도 보수공사가 진행되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정부가 직접 공식적으로 이를 홍보할 경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당국자는 “2008년 9월 독도영토관리대책단이 마련한 28개 독도 개발사업 가운데 예산이 5000억 원이나 드는 독도 방파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을 조용히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이 각급 교과서와 외교청서, 방위백서 등을 통해 역사 왜곡의 강도를 높여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조용한 대응’만 내세우면 국민 여론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외교 당국자는 “독도 방파제 건설은 지리적 여건과 환경 문제, 경제성, 일본의 분쟁 유발 가능성 때문에 국익을 해치지만 일본의 도발이 계속되면서 국민이 원한다면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 복구를 위해 거액의 현금을 주지 않고 간헐적으로 현물을 주기로 한 것도 국민감정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민간 차원에서 600억 원 이상을 모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세 차례에 걸쳐 △생수 100t과 담요 6000장(지난달 19일) △긴급 식량과 고무장갑 70t(27일) △생수와 햇반 500t(30일)이 전부다.
외교통상부는 31일에도 민동석 2차관 주재로 독도기획단 회의를 열어 4월 초로 예정된 일본의 외교청서 발표 등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했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독도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20세기 초 일본의 식민지 침탈 과정에 있다”며 “일본의 엄격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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