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박근혜 “약속 지켜야 예측가능한 국가”… MB와 차별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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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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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신성철 초대 총장 취임식에 앞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신성철 초대 총장 취임식에 앞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라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대구=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31일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한 직후 측근들에게 “이건(신공항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하려는 게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여권에선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 불이행을 지적하며 신뢰를 거듭 강조한 것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차별화하되 대립각 세울 뜻은 없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동남권 신공항을 박 전 대표 자신이 대선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지, 정부에 백지화를 뒤집으라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발언의 풀 텍스트를 보니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있더라”라면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해석에는 박 전 대표와 대립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는 청와대의 판단도 깔려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날 발언에 앞서 청와대 측에 미리 내용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도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거나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예측 가능한 국가가 되지 않겠느냐”고 한 것이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 김문수 “정치논리만으론 나라운영 못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입지선정위에서 전문가들이 두 지역 모두 타당성이 없다고 한 검토 결과를 부정하고 정치논리만 남아서는 나라가 운영될 수 없다”며 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타당성이 없는데도 공약이니까 해야 한다면 ‘제2세종시’가 된다. 전국에 많은 공항이 있지만 공항이 생긴다고 노선이 생기고 비행기가 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공약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를 바로잡는 게 진정한 애국이자 용기”라며 “(여권)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은 말을 아껴야 한다”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부산(남을)이 지역구인 김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공약을 내걸었다가 대통령이 된 뒤 잘못된 것임을 알고 수정한 일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비판한 데 대해서도 그는 “이럴 때 욕먹을 각오를 하고 바른 얘기를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밀양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대구공항을 이전하고 그 터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목적이 있다”면서 “가덕도 공항을 주장하는 배경에도 김해공항을 일부 이전하고 그 터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겠다는 게(의도가) 깔려 있다”고 꼬집었다.

한 친이(친이명박)계 중진은 “책임 있는 지도자라면 신공항 백지화 발표 전에 대통령과 독대를 요청해서라도 신공항 입지가 선정되도록 했어야 한다. 그런 식의 뒷북치기 식 발언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 박지원 “왜 모란이 지고 나서 우느냐”


민주당은 박 전 대표를 향해 “뒷북 발언”이라고 맹공했다. 박 전 대표의 발언으로 국민의 시선이 여권 내부 갈등에 쏠리면서 이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조명받지 못하고, 전날 어렵게 결단한 손학규 대표의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 효과도 반감될 것을 우려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모란이 필 때까지 소쩍새가 울어야지, 왜 모란이 지고 나니 우느냐”고 했다. 그는 “정치지도자는 결정 전에 의사를 밝혀야 하고 특히 여당의 전 대표라면 사전에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것이 덕목”이라며 “정부가 백지화를 발표하니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언어희롱”이라고 비판했다. 차 영 대변인도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정부가 결정한 뒤에 얘기하는 것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려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공항 백지화에 대한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 의원들은 이날 의원회관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백지화 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모았다. 김해공항의 가덕도 이전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에선 김해의 군사공항을 이전한 뒤 김해공항을 팔아 그 비용으로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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