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비판하고 나서 불똥이 정치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날 “이번 정부 때 밀양 신공항이 실현되지 못하면 다음 정부 때 반드시 성사시켜야 대구의 미래가 있다”며 “정부가 백지화를 하겠다고 해서 이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역에서는 이 발언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다음 대선 때 주요 공약으로 등장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한다. 오철환 대구시의회 신공항 밀양유치특별위원장도 “현 정권에서 안 된다면 모든 힘을 모아 다음 정부 때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 밀양지역 13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밀양시민연대도 이날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대정부 규탄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신공항 백지화 발표 직후 시장직 사임 의사를 밝혔던 엄용수 밀양시장은 지지자들이 철회를 요구하자 이날 사임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항의 표시로 연가를 낸 채 출근하지 않았다.
부산시는 이날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단 평가 결과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정치적 결정 및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공항건설의 절대기준인 장애물(안전성), 소음, 수요, 공사비 등에서 가덕해안이 우위를 보인 데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중요시됐던 경제성 분야에서 가덕의 입지가 우위임에도 불구하고 총점이 낮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부산시의회도 이날 긴급 임시회를 열고 “신공항 백지화는 중앙집권적 지방 홀대 정책을 극명하게 드러낸 대표적 실패 정책”이라며 가덕도 신공항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가덕도신공항유치 범시민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한 시민단체 대표 100여 명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광장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와 한나라당을 선거로 심판할 것”이라며 “대(對)국민 사기극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밀양=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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