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신공항’ 회견]“박근혜, 지역구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뼈있는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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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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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 화한 배경을 설명한 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질문에 손짓 을 하며 단호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동남권 신공항을 백지 화한 배경을 설명한 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한 질문에 손짓 을 하며 단호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이명박 대통령은 1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는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으로서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정리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세종시 수정 시도에 이어 집권 4년차에 뒤늦게 ‘공약 파기’를 한 데 대한 비판이 가라앉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이 대통령은 “나는 (착수) 결정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욕먹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그 다음 대통령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준다”고 했다. 특히 자신의 ‘아킬레스건’이 된 약속 파기 문제를 해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공약을 한 사람이 공약을 다 집행할 수는 없다”며 “선거공약이라는 게 사업 타당성이나 경제성을 전문가가 모두 검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는 공약사업 규모가 140조 원을 넘는다는 수치까지 제시하며 모든 공약을 다 이행하기는 어려운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현실을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무책임하게 선거공약을 만든다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를 비판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너무 그렇게(대립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선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동남권 신공항 재추진 발언’을 단순히 ‘지역구에 가서 한 말’ 정도로 받아넘긴 것은 이 정부에서는 재추진이 불가능함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박 전 대표와의 갈등 소지는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은 “공항 건설을 국가재정으로 하더라도 (적자 없이) 허브공항으로 운영하려면 세계 일류 항공사가 입주해야 한다”며 경영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왜 2009년 말 동남권 신공항의 경제성이 없다는 정부의 1차 평가가 나온 뒤에도 이 문제를 계속 끌어왔느냐’는 국민적 의문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날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2009년 12월 호남고속철 기공식 연설 내용도 앞으로 청와대가 국민들을 납득시켜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당시 이 대통령은 “기본 인프라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오늘 경제성은 떨어지더라도 꼭 필요하면 국가가 선(先)투자해 경제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나타난 이 대통령의 대형 국책사업의 경제성 평가 논리가 이번 결정과 상충되는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답변에서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낙후된 호남지역 문제를 뒤로 미뤄선 안 됐다”며 “서해안 관광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도권 관광객의 접근성을 높여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호남 고속철을 빨리 만드는 것이 경제성이 있었다”고 했다. 국책사업 완성에 따른 후방효과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부글거리는 영남권 민심이 얼마나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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