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 내 권력 서열 1, 2위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주룽지(朱鎔基) 전 경제부총리….
중국을 쥐락펴락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칭화(淸華)대 동문이라는 것이다.
올해로 개교 100년을 맞은 칭화대는 24일 100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5일 찾은 대학본부 앞에서는 대규모 행사를 위한 공연무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칭화대는 ‘중국 내 이공계 1위’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뛰고 있다. ○ 공부벌레 ‘고등학교 4학년생’의 꿈과 고민
칭화대는 종합대 평가 순위에서는 세계 50위권이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2010년 세계 11위로 일본의 도쿄대(7위)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에 올라 있다(영국의 대학국제평가기관 QS).
칭화대 경쟁력의 기본은 천재 입학생들이다. 중국의 대학 입학 정원은 지역별로 할당되기 때문에 지역의 수재들이 모인다. 예를 들어 ‘신장 위구르자치구에 배정된 전산과 정원은 2명’이다.
이런 천재들이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쉬지 않고 정진에 힘쓰고 덕성을 함양해 만물을 품는다)’을 교훈으로 학업에 몰두한다. ‘고등학교 4학년’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공부벌레들이다. 자전거로 10분 거리의 학교 주변 우다오커우(五道口)는 유흥가가 밀집한 대학촌이지만 3, 4학년이 되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학생이 수두룩하다. 학생들은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며 엄격히 생활을 통제받는다. 공대에 유학 중인 한 한국 유학생은 “과제물이 많아 놀 시간이 없다. 기숙사 소등 시간이 되면 컴퓨터라도 켜놓고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험 성적은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지 않으면 학점을 받지 못해 다음 학기에 다시 들어야 하고 4년 안에 학점을 다 못 채우면 졸업이 늦어진다. 고등학교처럼 학과별로 석차가 매겨지는 것도 학생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모는 요인이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 따라 칭화대와 세계적인 기업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고 학부생이 참가하는 기회가 많은 것도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인다.
보도가 통제돼 자세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 유학생은 “학업 부담과 경쟁 등으로 우울증과 강박관념에 시달리거나 자살하는 학생도 없지 않다”고 전했다. 이 학교는 특이하게 교수 1명이 30명을 4년간 담임처럼 맡아 지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한 교수가 4년간 지도하는 시스템은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 관련해 한 교수는 “지도하는 학생 중에 문제가 발생하면 교수의 경력에도 큰 흠집이 생기기 때문에 학생과 자주 접촉해 애로사항이 있는지 꾸준히 살펴야 한다”고 털어놨다. ○ ‘엘리트 교육’으로 세계 일류 지향
칭화대는 지난해 말 기준 석·박사 과정을 합쳐 학생수가 3만5300여 명(교수 대 학생비율이 1 대 12)에 달한다. 이에 따라 칭화대가 세계 일류 대학으로 가는 전략의 키워드 중 하나는 ‘소수 정예 엘리트 교육’이다.
8일 ‘개교 100주년 기념 중장기 비전 발표회’에서 천쉬(陳旭) 상무부서기는 교수와 학생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0명의 우수 교수를 초빙하고, 200명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집중 육성하며, 우수 학술팀에 속한 소장 학자 100명을 선발 지원하는 ‘221계획’을 제시했다.
구빙린(顧秉林) 총장은 “수학 물리 화학 생명과학 계산기학 등에 걸쳐 290명의 우수 학생을 선발해 기초학문을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중국인 학자들을 초빙해 학부생의 지도 교수로 삼는 ‘칭화학당 인재배양 계획’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리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양천닝(楊辰寧) 박사가 주도해 1998년 세워진 ‘노벨상반’이라는 별명이 붙은 ‘기초과학반’은 ‘전국 수학과학경시대회 1, 2등을 차지한 천재들만 수십 명을 선발해 수학 물리 등을 2년간 집중 교육한 후 전공을 선택하도록 한다.
하지만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대학치고는 영어 활용이 적은 편이다. 이공계에서 영어로만 강의하는 학과나 과목은 드물다. 10여 년 전 과를 만들 때 주요 취지 중 하나가 외국 유학생 양성이어서 영어가 탄탄한 학생들이 지원한다는 공업공정과(산업공학과)도 영어로만 하는 수업은 3, 4년생의 일부 전공에 국한된다.
미국인으로 학과 설립을 위해 초빙된 개브리엘 살븐디 학과장은 “중국어로 번역된 교재와 말로 배우는 것보다 영어로만 수업하면 최근 흐름을 몇 년은 앞서서 배울 수 있다”며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인도공대(IIT)에 교환학생으로 재학 중인 오종석 씨(24·서울대 경제학과 4학년)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IIT의 수업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과목별로 한 학기에 세 번씩 시험을 치릅니다. 20점짜리 중간고사 두 번, 60점짜리 기말고사 한 번입니다. 어려운 개념에 대한 이해와 엄청난 암기를 요구하는 문제들이 나오죠. 다들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열심히 공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인도 최고의 공대인 IIT는 혹독한 학사관리로 옥석을 가려내는 학교로 유명하다.
○ 엘리트주의와 실용주의가 만든 명성
인도에서는 ‘IIT 입학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 학교엔 매년 약 40만 명이 지원해 어렵기로 이름난 입학시험 JEE(Joint Entrance Examination)를 통과한 8000명만 IIT 델리, IIT 뭄바이 등 15개 캠퍼스에 입학할 수 있다.
입학 후에도 경쟁은 이어진다. 과목별로 치르는 시험에서 점수를 못 받으면 낙제다. 낙제는 수강 인원의 10∼30% 수준. 10명 중 최대 3명이 낙제한다는 얘기다. 낙제 때문에 졸업 기한을 2년 이상 넘긴 학생은 제적당한다. 교수에게 구제를 부탁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엄격한 학사관리와 끊임없는 경쟁이야말로 ‘IIT 방식’의 인재 육성법이다.
누구나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연간 학비가 약 90만 원으로 싼 대신 다른 대학보다 훨씬 많은 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국내 대학의 경우 4년제 졸업학점이 140점 내외인 데 반해 IIT는 4학년은 160학점, 5학년은 19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전공과목으로 채워진다. 엄청난 학습량으로 기본기를 닦은 졸업생들은 해외로 나가 두각을 나타내며 모교를 세계 최고의 공대 중 하나로 끌어올렸다. 실리콘밸리 기업인의 15%, 미국 항공우주국(NASA) 직원의 30%가 IIT 출신이다.
코타리 전 IIT 델리 총장은 “혹독한 교육과정을 통과한 졸업생에게는 사회적 존경과 고액의 연봉이 보장된다”며 “얼마나 효율적으로 인재를 선별하고 훈련시키느냐가 IIT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 변화 요구에 흔들리는 IIT
IIT가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IIT 특별법’으로 독립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학생·교수 선발과 커리큘럼 구성 등의 권한은 이사회와 총장에 독립적으로 부여된다.
하지만 2004년 좌파 성향의 통일진보연합(UPA)이 정권을 잡은 이후 평등주의가 부각되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 IIT는 신입생의 27%를 하위 카스트(OBC)에 배정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홍역을 앓았다. 정부는 IIT의 캠퍼스도 2008년 이후 기존 7곳에서 15곳으로 늘렸다.
이런 변화 이후 IIT의 세계 대학평가 순위는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영국 더타임스의 조사에서 IIT는 2005년 MIT, 버클리캘리포니아대에 이어 공대 분야 3위를 차지했으나 2007년에는 30위권으로 떨어졌다. 2009년엔 사상 처음으로 JEE 합격생 수백 명의 미등록 사태가 발생해 인도인들을 놀라게 했다. 캠퍼스 15곳 중 최상위권으로 평가되는 7곳을 제외한 나머지 캠퍼스에 합격한 학생들이 등록을 거부한 것이다.
주입식 교육으로 학생들의 응용력이 약해지고 논문발표 등 연구 성과물도 빈약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공부 외에 운동부, 음악밴드 등의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의 비율은 10%를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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