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파혼 이유는?…“돈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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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8일 09시 26분


A(28·여) 씨는 최근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4년간 사귄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부모님이 당연히 허락할 거라 믿고 있던 A 씨는 아버지가 반대하고 나서자 적잖이 당황했다. 아버지는 "남자가 집을 사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에 화가 난 남자친구 측 부모는 5억4000만원짜리 34평 아파트를 전세계약하고는 "혼수는 알아서 해오라"며 두고 보자는 투로 말했다.

결혼자금으로 최대 3000만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던 A 씨는 양가 부모의 기 싸움에 질려버린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A 씨와 남자친구처럼 달콤한 연애를 경험한 연인들도 막상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옥신각신 다투기 일쑤다. 몇몇 연인들은 잦은 의견 충돌 끝에 파혼으로 치닫기도 한다.

결혼상담 전문업체 OK웨딩클럽에 따르면 예비 신랑신부들은 결혼을 한두 달 앞두고 예단과 예물을 준비하는 시기에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에 신랑 측 어머니가 신부 어머니에게 한 "딸을 키워준 것만으로도 고마우니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 등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가 갈등을 겪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양가 어머니의 말이 그저 인사치레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경우 예단을 준비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마음이 상하기 십상이다.

신혼집을 마련하는 문제도 골칫거리다. 서울 외곽의 전세 아파트라도 구하기 위해서는 1억5000만원으로도 힘에 부치는 현실이다. 주로 집 장만 책임을 맡은 남성들은 전세비용을 마련하느라 초조함을 느끼고 그 결과 연인 간에, 집안 간에 다툼이 벌어진다. 많은 예비부부들이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파혼할 수도 있겠구나'란 위기감을 느낀다.

우여곡절 끝에 합의를 하더라도 양가는 서로가 준비한 혼수·예단·예물을 다른 집과 비교하며 심각한 갈등을 겪기 일쑤고 결혼에 골인하더라도 신랑신부는 미운털이 박힌 채 힘겨운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신혼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결혼 준비과정에서 나타나는 갈등이 심상찮은 수준임을 짐작케 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2009년 전국 신혼부부 380쌍에게 질문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약 3분의 1이 결혼 준비과정에서 갈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랑 측과 신부 측 양쪽이 모두 문제제기한 갈등항목은 신혼집 마련(20.4%), 예단(14.6%), 예물(14.3%) 순으로 확인됐다. 신랑 측이 문제제기한 항목은 신혼집 마련(22.0%), 예단(15.6%), 예물(13.5%) 순이었고 신부 측이 문제를 제기한 항목은 신혼집 마련(19.4%), 예물(14.9%), 예단(14.0%) 순이었다.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결혼비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신혼부부들이 결혼을 위해 평균적으로 지출한 비용은 1억7542만원에 달했다. 이는 2000년 당시 평균 지출 비용인 8278만원의 2배를 넘어서는 수준이며 2005년도에 비해서는 약 4700만원 증가한 수치다.

조사를 지휘한 유성렬 교수는 "불과 10년 사이에 결혼비용이 2배 이상 급증했다"며 "어느 정도가 적절한 수준의 결혼비용인가에 대해서는 각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오늘날의 사회통념상 이 수준은 결코 적은 액수라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탁인 무료결혼식추진운동본부장은 결혼비용 증가 추세의 원인으로 '체면 중시 문화'와 '과시 문화'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체면을 중시하는 과시 문화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며 "이만큼 사는데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들의 부를 과장되게 표현하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혼 관련업체들도 결혼비용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속칭 웨딩업체들은 결혼식이 일생에 1번뿐인 행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고가의 이벤트와 물품을 판매하고 이같은 영업기법은 결혼적령기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예식장 등 결혼 관련업체들은 탈세도 서슴지 않는다. 2009년 9월 국세청에 적발된 서울 모 웨딩홀 대표 최모(47) 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씨는 신혼부부들이 결혼식 예약을 할 때 계약서상 하객 수를 실제보다 적게 기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해 계약서상 하객 수를 기준으로 수입금액을 세무서에 신고한 뒤 현금으로 받은 수입금액 중 초과 하객 수에 대한 수입금액 15억원을 탈루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시스·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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