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10만원 받고 겨우 들러리 서라고?"
●진정으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관계'를 꿈꾸며…
5회째를 맞이한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은 국내 출연진에 대한 홀대로 큰 논란을 빚었다.
인디음악계가 '월디페 사태'로 발칵 뒤집혔다.
월디페란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2011'의 약어로 5월 6~8일 경기 양평에서 열리는 야외음악 축제를 지칭한다. 상상공장이란 기획단 주체로 2007년부터 하이서울페스티벌의 부속축제로 시작되어 이제는 국제적 지명도를 획득한 축제로 성장했다.
논란의 발단은 무척 간단하다.
'월디페'는 지난 1일 공모로 선정한 출연진 밴드 35팀에게 "출연료는 없으며 교통비 10만원만 지원한다"는 메일을 덜컥 보낸 것이다. 물론 처음 공모를 진행할 당시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만일 밝혔다면 누가 참여했을까?)
출연진을 명기한 포스터 제작을 마친 상태에서 '교통비' 운운하며 공짜 공연을 강요한 셈이다. 초청을 받은 밴드나 이 소식을 뒤늦게 접한 음악인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 범람하는 페스티벌, 외국밴드는 성대한 접대…
이미 국내에는 수많은 지역축제들이 성업 중이다. 봄이 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소규모 축제에서부터 대학의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캠퍼스 축제, 심지어 해외 유명밴드를 전면에 내세운 거창한 상업음악 축제도 다수 개최된다.
'월디페'는 현재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 등과 함께 국내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글로벌 형 야외음악축제로 꼽힌다. 이런 축제의 주빈(主賓)은 다름 아닌 유명 해외 뮤지션들이다.
\'월디페\'는 어느새 국제 규모의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흥행에만 신경쓴 나머지 균형감각을 잃었다는 비판이 높아졌다. 얼마 전 대학 봄 축제에 참가하는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개런티가 1000만원에서 많게는 4000만원에 이른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외국 유명 밴드들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아이돌 가수보다 많게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행사의 규모가 커질 수록 참여하는 아티스트의 차별은 명확해진다. 복싱 이벤트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거물급과 중간급 마이너를 확실하게 구분해서 출연료를 책정하는 것이다. 거물급은 통한 축제의 제목이 된다고 해서 '헤드라이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거물급의 중량감에 따라 축제의 성패가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값 나가는 뮤지션에게는 상당액의 출연료와 그에 상응하는 대우(출연시간대 및 홍보 등)가 뒤따른다. 그리고 무명의 뮤지션들에게는 이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일 수 있다.
물론 이런 거물급 친구들이 나오면 축제 주관사 입장에서는 '때깔'이 난다. 외국 뮤지션 들이 언론을 향해 "Korea! Beautiful"을 외쳐주면 행사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관객들 들어차고, 행사는 격이 올라가며, 내년 행사도 좋은 결과가 기대된다.
물론 이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축제가 이를 악용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파티에 뮤지션을 초대한 호스트의 기본 예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월디페' 측의 처사는 황당 그 자체였다
이 행사는 '월드'라는 수식어 대로 전세계 유명 디제이들이 총집결하는 무대다. 게다가 이 행사는 유료행사다. 적게는 2만원에서부터 많게는 12만원을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팬들이 어떤 행사에 열광하고 만족감을 느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주최 측은 행사 전에 그 막대한 티켓료의 상당수를 외국 밴드들에게 배정한 것이다. 10만원의 티켓 값의 거의 대부분이 외국 뮤지션에게 배정됐다면 국내 뮤지션에겐 단 몇백원만 배정된 것이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상상공장 제공
■ 남의 집 잘난 자식으로 연명하는 국내 대형 축제들
당초 '월디페' 측은 출연자를 공모하며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표현을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쉽게 말해 '유명 뮤지션이 참가하는 큰 공연이니 너희들은 참가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는 뜻으로 비친 것이다.
실제 한 출연자가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아니라, 너희는 우리 자식이다"고 얼버무렸다고 한다. 남의 집 잘난 자식들이 '헤드라이너'로 무대의 중앙을 차지할 때 우리 자식들은 그들의 구색 맞추기와 시간 때우기 용으로 희생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실제 논란이 불거지자 월디페 측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란 표현까지 꺼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다"라는 대답이 아니라 성의있는 대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 뮤지션들은 반대의 손을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 캐스커 등 15개 섭외 밴드들이 행사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동료 뮤지션과 대중들의 비난이 커지자 상상공장 측은 지난 4월 6일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류재현 감독 명의로 사과문을 게재를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나아가 상상공장은 4월11일 공모밴드의 모임을 주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참 의사를 밝힌 15개 공모 팀 중 단 2팀만이 자리에 참석했고, 결국 주최 측은 전화를 통해 뮤지션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갈등 끝에 나온 타협안이, 상상공장 측은 잘못을 시인하고 공모 팀에 대해서는 노개런티 항목은 유지하고 10만원을 초과하는 현실적인 교통비를 팀별로 협의해 지원하는 선에서 타협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몇 팀은 불참의사를 확정지었고 또 몇 팀은 주최 측의 사과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홈페이지
■ 모두들 어려운 시기…가장 힘든 것은 뮤지션
안다. 모두들 어렵다. 축제 기획자도 힘들고 주최자도 힘들다.
그러나 정작 가장 힘든 존재는 뮤지션들이다. 경력 10년 이상의 뮤지션들이 끝없이 어려운 경제적 현실을 감내하면서도 음악을 생산해 내는 판국에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자꾸만 무릎 꿇게 한다면 대한민국의 음악은 미래가 없다.
크고 작은 무대와 행사들이 더 많이 개발되고 진행되고 있다. 주말이면 서울에서만 33곳에서 90여팀이 무대에 올라간다.
지난 1월 고 이진원(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추모공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이후 음악인의 권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들이 잠깐 높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직접 중형 소형 페스티발의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는 이들이 있어야 한다. 이제는 내 자식에게도 관심과 애정과 신경 좀 써줘야 되지 않겠는가.
남의 집 자식들이 호텔에서 조식부페를 먹을때 이제까지는 김밥한줄 던져주었다면, 이제는 국밥집에서 뜨거운 밥은 먹여야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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