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PC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이번 입법안은 청소년들이 심야에 휴대전화로 게임에 접속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이처럼 미완의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부모가 가정에서 청소년의 컴퓨터 이용을 감독하면서 게임중독을 방지하는 책임을 떠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 게임중독을 막는 첫걸음
셧다운제는 자기 통제 능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는 데 의미가 있다.
셧다운제가 도입되면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 초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0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서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률은 12.4%로 성인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지난해 청소년 고위험군은 21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3만1000명이 늘어났다. 만 16세 미만 인터넷 중독자에 의해 발생하는 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은 연간 9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심각하다.
청소년은 인터넷 사용조절 능력이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게임 중독에도 그만큼 쉽게 빠진다. 밤에 게임에 몰두하다 보면 수면 부족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집중력도 낮아진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과 교수는 “셧다운제 도입에 따라 게임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료비와 중독으로 놓치게 되는 학습기회비용 등을 절반 이상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 다중접속게임이 접속차단 대상
‘셧다운제’의 규제 대상은 게임등급심의회의 심사를 받고 실명인증이 필요한 게임이다.
구체적으로 셧다운제가 적용되는 게임은 2명 이상이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게임을 하는 다중접속 온라인게임(MMORPG)이다. 현재 시행 중인 연령별 게임물등급 관리 체계처럼 ID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셧다운제’에 따라 온라인게임업체는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게임을 제공할 수 없다. 여성부는 구체적인 접속 차단 방식에 대해 게임업체와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용 연령을 두고 여성부는 만 19세 미만, 문화부는 만 14세 미만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말 만 16세 미만으로 합의했다. 모바일 게임의 적용여부를 두고도 팽팽히 맞서다가 2년간 유예하기로 타협했다. 모바일 게임이 2년 동안 규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심야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이 게임 단말기를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바꿀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 부모의 감시 필요
한국입법학회가 3월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4%가 셧다운제가 시행된다 해도 주민등록번호 도용 등으로 게임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에 접속하는지 가정에서 체크해야 한다. 게임업체의 불법 행위도 부모의 신고를 통해 적발되는 만큼 부모의 감독 역할이 더 커진다. 실제로 부모가 게임중독 방지책임을 맡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가족부 김성벽 과장은 “청소년이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사이트 회원 가입을 시도할 때 개인식별번호(PIN)나 공인인증시스템으로 파악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입법학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청소년 48.4%가 심야시간에 온라인게임은 하지 않는다 해도 인터넷에서 다른 콘텐츠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청소년들이 심야에 자극적인 성인사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PC에 청소년 유해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휴대전화로 접속하는 온라인게임은 데이터 비용이 커 청소년이 사용하기 쉽지 않지만 스마트폰으로 심야에도 온라인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올 1월 말 현재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청소년은 69만 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8.4%였다. 부모가 셧다운제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심야에 청소년에게 모바일 기기 사용을 가급적 자제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안동현 한양대 정신과 교수는 “부모와 자녀가 온라인게임의 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자녀에게 인터넷 사용일지를 쓰게 해서 청소년 스스로 통제 능력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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