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타자기 1867∼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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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7일 03시 00분


印 ‘세계 최후의 타자기 공장’ 수요 없어 문닫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생산된 타자기. 인도 ‘고드레지 앤드 보이스’ 회사 제품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생산된 타자기. 인도 ‘고드레지 앤드 보이스’ 회사 제품이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지구상의 마지막 타자기 공장이 끝내 문을 닫았다. 한때 사무혁명의 대표주자였던 타자기가 이제 컴퓨터에 밀려 박물관 전시용으로 갈 운명이 된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5일 세계에서 유일하게 타자기를 생산하던 인도 뭄바이의 ‘고드레지 앤드 보이스’ 회사가 주문이 없어 문을 닫게 됐다고 전했다. 이 공장은 1950년대부터 타자기를 생산했다. 당시 인도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타자기를 가리켜 인도 공업화의 상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5만 대의 타자기를 판매했다. 최근 10여 년간 컴퓨터에 밀려 주문이 급감했지만 전력난이 심각한 인도 동북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주문이 꾸준히 들어왔다. 주요 고객은 법원과 정부청사. 2009년만 해도 1만2000대를 팔았지만 지난해 판매대수는 불과 800대. 이제는 가난한 국가에도 타자기가 필요치 않게 된 것이다. 저가 컴퓨터는 타자기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조차 없게 만들었다. 무려 180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타자기의 대당 가격은 100달러가 훌쩍 넘는다. 남아 있는 재고는 대부분 아랍어 타자기로 200여 대에 불과하다.

1867년 미국에서 발명된 타자기는 100년 넘게 사무실의 필수품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한국에서는 6·25전쟁 이후 경방공업주식회사가 ‘클로버’라는 상표로, 동아정공이 ‘마라톤’이라는 상표로 타자기를 생산했다. 하지만 한국 내 타자기 생산은 1996년에 중단됐다. 타자기를 밀어낸 데스크톱이나 랩톱 등 1세대 컴퓨터 역시 미래는 밝지 못하다. 최근 태블릿PC의 급성장으로 이들도 머지않아 100년 넘게 존속한 타자기의 ‘장수(長壽)’를 부러워해야 할 처지에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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