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일행이 방북 이틀째인 27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나 회담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상임위원장이 만수대의사당에서 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를 단장으로 하는 엘더스 대표단을 만나 담화를 했다”며 엘더스 대표단장인 카터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는 선물을 김 상임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26일 오후 평양 5·1 경기장에서 대형요술(마술) 공연을 관람했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이 김 국방위원장과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났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27일 만찬이나 카터 전 대통령이 출국하기 전인 28일 오전에 만날 가능성이 있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28일 2박 3일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전용기를 이용해 서울을 방문한다. 이들은 오후 5시 45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방북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이들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만날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한국을 방문한 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27일 기자와 만나 “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철저히 외면한 채 북한 정권을 달래려고만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나를 비롯한 미국 (북한자유주간 참여) 대표단은 카터의 방북을 만장일치로 비판한다”고 밝혔다.
숄티 회장은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를 이명박 정부 탓으로 돌린 것은 그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북한 식량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남한의 식량 지원 중단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의 실패한 경제정책과 구호식량을 전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재스민 혁명 이후 북한주민들이 더 많은 진실과 직면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는 북한 현실을 모르고 있다”며 “카터의 방북은 실패한 미국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준다”고 꼬집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나쁜 일(mischief)’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사설을 통해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에 들어가기 전부터 대북 지원과 직접 대화를 호소했다”며 “그 대가로 이번에는 지난해 8월 방북 때 얻지 못한 김정일 혹은 김정은과의 사진촬영 기회를 얻을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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