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허벅지쪽에 미세한 통증을 느껴 이틀 연속 선발라인업에서 빠진 그는 “어제는 감독님께서 ‘눈에 보이면 대타 쓸 수 있으니까, 아주 안 보이게 저쪽 구석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하시더라”면서 “1승이 급하면 아픈 선수도 쓸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배려해주시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오늘은 대타로라도 내가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렸다”는 그는 그러면서 “4월에 못한 게 어디 감독님 잘못이냐. 우리 선수들이 못한 탓”이라며 자책했다. “너무 잘하고 싶은 욕심이 강해, 이상하게 꼬였다는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롯데의 모 코치는 “감독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텐데, 오히려 우리 코치들에게 더 힘을 주시려고 애 쓰신다”면서 “가끔씩 불같이 화를 내신다면 우리가 마음이라도 가벼울 텐데, 그렇게도 안 하신다”고 말했다. 조성환 역시 “나를 비롯해 선수들이 못한 탓에 성적이 좋지 않아 감독님 마음고생이 심하실 것”이라며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잘 해야한다”고 했다.
신임 사령탑인 양승호 감독은 개막 후 팀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한 때 적잖은 팬들의 비난을 들어야했고, 인터넷에서 개인 휴대폰 번호가 공개되면서 극성팬들의 문자메시지 공세에 시달리다 급기야 전화번호를 바꿨다.
평소 근엄한 카리스마 대신, 선수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소통형 스타일’인 그는 “감독인 나는 100% 다가가도, 선수들이나 코치 입장에선 아무래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지만, 이미 선수와 코치들은 그의 마음 안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광주|김도헌 기자 (트위터 @kimdohoney)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