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당선자에게 듣는다]김태호 국회의원(한나라당·경남 김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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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서민정책 툭 던지면 끝?… 與, 진심 구하는 노력 안보여”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이 여권의 위기 상황과 쇄신 방안, 향후 포부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4·27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이 여권의 위기 상황과 쇄신 방안, 향후 포부 등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있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지금 (한나라당의) 모습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에서 (현역 의원의) 상당수가 날아가고, 나를 포함해 영남권의 많은 의원도 어려울 것 같다.”

4·27 재·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혼자 살아 돌아온 김태호 의원(경남 김해을)은 승리의 기쁨보다 여권의 위기 상황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지난해 8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진 사퇴하는 아픔을 겪었던 그는 경남지사 재선의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11개월 임기의 초선 의원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처음 서게 됐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경남 김해을 장유면의 지역 사무실에서 1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라 한나라당 후보에게는 절대 불리한 지역에서 승리를 이끌어냈다. 30, 40대가 많이 사는 신도시 지역에서도 선전했는데….

“김태호 개인에 대한 기대와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함께 모여서 당선된 것 같다. 지역에서 ‘(김태호를) 키워보자’는 흐름과 총리 낙마를 안타까워하던 정서가 되살아난 것으로 본다. 신도시 지역의 결과에는 나도 놀랐다. 퇴근시간대 이후 투표율이 급상승해 걱정했다. 반(反)한나라당 정서와 현 정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선거 이후에 지역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가 누구인가를 유권자들이 고민한 것 같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내건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 후보와 선거전을 치렀는데….

“노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가 어느 정파나 개인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그렇게 이용되는 것은 고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김해 시민들이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출마 당시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변에서 ‘사지(死地)로 가는 것’이라고 (출마를) 반대했다. 총리 낙마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얼마 안 돼 다시 출마하려니 나도 망설여졌다. 그래도 당이 어렵고, 요구가 있을 때는 죽을 길이라도 홀몸으로 가 주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해 나섰다. 그래서 조직을 동원해 편하게 갈 수도 있었지만 나 홀로 선거를 택했다.”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닥(민심)과 (여당이) 동떨어진 것을 느꼈다. 서민 대부분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먹고사는 것, 자식들 취직, 교육 문제 등 걱정이 많다. 그런데 말만 있고 행동이나 (마음에) 와 닿는 모습이 바닥까지 전달이 안 된다. 이해와 진심을 구하는 노력의 흔적이 없다. 서민정책만 툭 던지면 그걸로 다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래선 미래가 없고 설 땅이 없다. (정책이) 바닥까지 가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단절됐다고 본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노력한 대통령은 억울하시겠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소통 부족이었다.”

―전통적인 한나라당 강세 지역인 부산·경남도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

“과거 깃대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안이한 생각과 지역민과 함께할 정치 지도자나 구심점이 없다는 지역민들의 허탈감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다. 한나라당이 선거 때마다 ‘투표율이 올라가면 위험하다. 30, 40대 투표율이 올라가면 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패배적인 의식부터 깨버려야 한다.”

―여권이 어떻게 쇄신돼야 한다고 보는가.

“말로만 쇄신, 사람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임기 말에 레임덕은 불가피하다.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잘 마무리해야 한다. 의미 있는 새 지도자들이 비전을 보여주면서 레임덕을 보완해야 한다. 정부가 잘한 부분도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현행 당헌·당규의 대권-당권 분리 조항을 수정하자는 의견과 ‘박근혜 역할론’이 확산되고 있다.

“유력한 차기 주자가 당이 어려울 때 나서줘야 하는 게 도리고 정치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또 필요하면 당헌·당규를 고치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젊은 당 대표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당대회 출마나 당직을 맡을 의사는 있나.

“당분간 중앙정치보다는 지역 발전에 신경 쓰겠다. 상임위도 지역의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해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희망한다.”

―내년 총선에서 재선하면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 출마할 계획이 있나. 정치인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김해을에서 재선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뛸 것이다. 내년 총선 결과가 대선 승리를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경선 출마는 가정일 뿐이다. 저도 꿈을 가지고 있고 가고 싶은 길이 있지만 지금은 김해 시민의 꿈이 김태호의 꿈이다.”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정리됐다고 보나.

“당시 제가 촌놈, 바보 같았다. 40대 총리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욕심이 너무 강했다.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는 표현도 그런 것이다. 국민 정서는 아직 개운하게 풀리지 않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김태호의 마음을 이해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김해=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김태호 국회의원::
△경남 거창(49) △거창농고, 서울대 농업교육과(교육학 박사)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지사(재선) △국무총리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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