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대주주와 경영진이 10년에 걸쳐 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데는 금융감독원의 부실감독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 게다가 금감원 출신 감사들은 대주주의 탈선을 돕고, 친정인 금감원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까지 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무능과 부패가 금융회사의 탈·불법을 조장한 셈이다. 그 결과로 예금주는 물론이고 납세자에게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의 특성상 서민들의 피해가 컸다.
우선 금감원 출신 감사들이 문제였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소속 5개 계열 저축은행 가운데 부산2, 중앙부산, 대전, 전주 등 4곳에 있었던 금감원 출신 상임 감사들이 불법과 탈법에 가담한 혐의를 포착했다. 검찰은 “이들은 대주주 경영진의 불법 여신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기는커녕 오히려 불법 여신 집행에 적극 가담하거나 분식회계를 공모했다”며 “감사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부실화의 중대한 원인”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감사 4명은 모두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특수목적회사(SPC) 120곳의 경영을 지배하면서 직접 부동산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검찰은 금감원의 부실한 감독도 문제 삼았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이 2001년부터 부동산 사업을 직접 수행하기 시작했고 이후 10년간 금감원의 정기검사, 부분검사 등이 1, 2년 주기로 이뤄졌는데도 불법 대출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 검찰은 “120개 SPC의 대표가 명의상 차주(借主)에 불과했고 여러 개의 SPC가 동일 사업장 투자를 위해 수천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만 제대로 검사했더라도 충분히 불법 대출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2일 대국민 공식 사과문을 내고 금감원에 ‘포괄적 계좌추적권’, 예금보험공사에 단독 조사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예금보험공사와 금감원이 번갈아 가며 금융회사를 검사하는 교차검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발표 정도로 받아들이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 당국의 주문에 따라 우량 저축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는 과정에서 주도적으로 나섰던 부산저축은행에 대해선 금감원이 강도 높은 감독을 벌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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