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곽경택 감독 “40대 중반이 되니 사랑이 중요해 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3일 14시 24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넘나드는 곽경택 감독
●"권상우는 좋은 연기와 코믹함 까지 갖춘 배우"
●"정려원 '척'하는 배우가 아닌 진솔한 배우라 좋았다"

곽경택 감독(사진)이 \'통증\'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곽경택 감독(사진)이 \'통증\' 촬영현장에서 배우들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영화 '친구', '태풍',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 남자들의 찐한 우정과 거친 조폭들의 이야기등 남성위주의 영화를 선보였던 곽경택 감독이 마초적인 느낌을 벗고 애잔한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 영화에 다시 도전했다.

곽경택 감독의 두 번째 로맨스 영화 '통증'은 역시 제목에서부터 아픔과 애잔함이 느껴졌다. 남녀간의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으면서도 반드시 기분 좋고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 찬 영화는 아닌 듯 했다.

곽 감독이 2007년에 선보였던 주진모와 박시연 주연의 첫 로맨스 영화 '사랑'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사랑의 아픔과 애잔함이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사랑'은 조직폭력배 두목의 아내인 박시연을 사랑하는 주진모의 순애보를 표현한 작품으로, 이루어 질 수없는 사랑이기에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영화 '통증'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남자과 통증에 민감한 혈우병 여자와의 로맨스를 그린다. 현실적으로 이루어 질 수 없을 것 같은 남녀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것.

다만 영화 '사랑'이 주진모의 와일드(?)한 인생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뒀다면, 두 번째 로맨스 '통증'에서는 서울을 배경으로 좀 더 부드럽고 여성적인 사랑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4월 22일 영화 '통증'의 촬영현장 공개 뒤풀이 모임에서 곽경택 감독은 "욕 안 먹을 자신 있다"며 영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또 영화 '통증'에 출연하는 배우 권상우와 정려원의 이야기와 SBS '기적의 오디션'의 심사위원으로 나서는데 대한 심경도 들을 수 있었다.

▶곽경택 감독에게 로맨스란?

곽경택 감독이 로맨스 영화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나이가 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이라는 감정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걸 다루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색하고 쑥스러웠지만, 40대 중반이 되니 사랑이 인생에서 중요한 감정이 됐다."

▶곽경택 감독의 마지막 필름 영화

곽경택 감독의 영화 '통증'은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다. 아이폰으로도 영화를 촬영하는 시대에 필름영화라니 모두들 의아해 했다. 곽경택 감독은 "이번 영화가 마지막 필름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경택 감독은 로맨스의 섬세함과 촬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필름카메라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디테일과 섬세함을 살리기 위해서 필름카메라를 선택했다. 또 필름카메라를 사용하게 되면 한 컷 한 컷에 좀 더 신중을 가할 수 있다. 필름이 소진되면 다시 사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일 긴장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할 수 있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것 같다."

▶곽경택 감독과 아이패드

아날로그적 방식을 고수하는 듯한 곽경택 감독은 의외로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사람이기도 했다. 곽경택 감독은 평상시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패드를 꺼냈다. 아이패드의 바탕화면은 바로 영화 '통증'의 포스터. 곽 감독은 "포스터 잘 나왔죠?"라며 뿌듯해 했다. 영화에 대한 그의 애착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매일매일 촬영한 장면들을 아이패드에 옮겨 집에서도 계속 반복해서 보며 검토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통증'에서 정려원이 등장하는 한 장면을 보여주며 "장면 너무 예쁘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정려원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곽경택 감독의 투박하고 마초적인 느낌대신 섬세함이 살아있었다.
▶"권상우, 연기도 잘하는데 개그까지 달고 오니까 더 좋다"

22일 서울 홍대앞 거리에서 촬영중인 영화 '통증'의 곽경택 감독과 주연배우 권상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22일 서울 홍대앞 거리에서 촬영중인 영화 '통증'의 곽경택 감독과 주연배우 권상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곽경택 감독은 배우 권상우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의 연기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권상우와 원래 친분이 있었다. 나중에 작품을 같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권상우는 농담도 잘하고 참 재미있는 친구다. 촬영현장에서도 이런 저런 농담을 주고받곤 한다. 연기도 잘하는데 코믹까지 달고 오니까 더 좋은 것 같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진지한 장면 촬영을 앞두고 있는 경우 역에 몰입하기위해 몇 시간 전부터 감정을 잡기 시작한다. 그래야 원하는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또 몇 시간 전부터 감정을 잡도록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감독도 있다. 그러나 권상우는 진지한 장면 촬영을 앞두고도 웃고 떠든다."

"처음에는 '진지한 장면을 촬영해야 되는데 이렇게 편하게 있어도 되나?'라고 생각하며 많이 걱정했다. 그런데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역에 바로 몰입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연기를 잘 하는데 촬영 전에 게임을 하던 농담을 하던 그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카메라 앞에서는 역에 몰입해 항상 멋진 모습을 보여주므로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권상우의 발음에 대한 다소 짓궂은 질문도 이어졌다.

"사실 나는 권상우의 발음에 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주위에 그런 말이 있어서 권상우에게 발음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의 발음은 후천적인 습관에 의해 굳어진 것 같다. 정말로 혀가 짧아서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권상우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자신보다 형을 많이 예뻐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하더라. 권상우가 자신의 혀를 내밀어서 보여주며 증명해 보인 적도 있다."

▶"정려원은 예쁜척, 도도한척 하지 않는 진솔한 배우"

주로 남자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촬영했던 곽경택 감독은 여자 배우를 만날 때면 긴장되고 두렵다고 한다.

"주로 남자들과 작품을 같이 해서 여배우와 연기를 하는 게 걱정이 됐다. 혹시 예쁜 척이나 도도한 척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려원은 소탈하다. 소위 '척'하는 배우가 아닌 진솔한 배우라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번 영화의 동현 역에 정려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정려원이 맡은 동현은 약한 캐릭터는 아니다 혈우병을 앓고 있지만 씩씩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외향적인 모습도 튼튼하면 안되지 않겠는가. 여러모로 정려원이 적합해 함께 하게 됐다."

"얼마 전에는 정려원이 '감독님 이제 이틀 남았네요. 제 출연 횟수가요. 더 하고 싶은데 이제 끝이네요'라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촬영도 즐겁게 하고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곽경택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곽경택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곽경택 감독은 6월 SBS '기적의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 '기적의 오디션'은 배우를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곽 감독은 "원래 방송에 출연하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심사위원에 출연하게 됐다. 또 김갑수 형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김갑수 형이 사람이 참 좋은데, 그 사람과 함께 하면 편하게 방송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영화를 하면서 수많은 배우들을 접했던 곽경택 감독은 과연 어떤 배우를 좋게 평가할까? 곽 감독은 눈빛이 살아있는 배우가 오래간다는 말을 남겼다. 또 자신은 독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좋은 점이 있으면 그 점을 얘기 해주고 나쁜 점은 상처받지 않게 돌려서 얘기한다. '야 너 참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 '참 기발하긴 한데'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곽경택 감독은 기자들과 2시간가량 뒷풀이 모임을 가진 뒤 다음 촬영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홍대 인근에서 밤 12시까지 촬영이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 감독은 촬영을 위해 뒷풀이 모임에서도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

곽경택 감독의 두 번째 로맨스 영화 '통증'은 8월말에 개봉한다.

동아닷컴 홍수민 기자 sum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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