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신사동 호랭이(본명 이호양·27·사진)의 첫인상은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대학생 느낌이었다. 옷차림도 차분했다. 수줍게 웃는 얼굴은 천진난만하기까지 했다.
신사동 호랭이는 요즘 인기인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를 비롯해 ‘핫이슈’ ‘뮤지크’(이상 포미닛), 비스트의 ‘쇼크’ ‘숨’, 시크릿의 ‘매직’, 티아라의 ‘보핍보핍’ 등 이른바 ‘아이돌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으로 주목받는 작곡가다.
‘아이돌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 ‘슈퍼마켓-더 하프’를 최근 발표했다. 가수의 꿈을 뒤늦게 이루려는 ‘자아실현’도 아니고, ‘나는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다’는 ‘자기과시’도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저 “재미있으려고” 기획했고, 평소 작업해오던 가수들과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음악을 시도했다.
음반 이름도 중의적이다. “슈퍼마켓처럼 다양한 음악색깔이 담겨 있다”는 의미와 “대형마트에 동네 슈퍼가 밀렸듯, 트렌드에 한참 밀린 음악들”이란 뜻이 함께 담겨 있다.
“이번 작업하면서, 진짜 ‘마음대로’ 해봤다. 평소 디렉팅을 꼼꼼히 하지만, 이번엔 가수들에게 ‘니들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작곡가 데뷔 이후 처음 쓴 정통 발라드 ‘방안에서’를 씨야 출신의 이보람에게 들려주며 “그동안 했던 우는 창법을 버리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권했다. 후렴구가 확실한 노래만 불러왔던 이보람은 기승전결이 없는 노래 ‘방안에서’가 생경했지만 새로운 경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비스트가 부른 ‘안을까 말까’ 역시 강한 이미지를 벗고 여자 앞에서 수줍은 10대 소년의 느낌을 살렸다.
“내 맘대로 만든 곡, 가수들도 제 맘대로 불러야 하지 않겠나? 대중이 재미있어 하면, 나중엔 더 ‘내 맘대로’ 할 예정이다. 자기 음반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려운 가수들에게 내 음반이 실험의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
김원겸 기자 (트위터 @ziodadi) gyummy@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트위터 @binyfafa)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