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 헷갈려”… “집값 하락”… 새주소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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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0일 03시 00분


■ 도로 중심 낯선 새주소 7월부터 시행… “전국이 당황”

도로 이름 중심의 새 주소 사용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분간 지번(地番) 중심의 기존 주소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지만 낯선 도로명(道路名) 주소를 받아든 주민은 익숙하지 않은 데다 개략적인 위치도 감을 잡을 수 없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새 주소에 들어가는 도로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개명을 요구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명품 아파트의 이름이 뒤로 들어가 아파트 가격을 떨어뜨린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주민도 있다. 우체국 집배원도 입이 나오기는 마찬가지다.

올 7월부터 시행되는 새 주소 사업은 15년에 걸친 장기간의 연구 끝에 정부가 확정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국민의 이런저런 불만의 목소리를 외면했다가는 연 800만 명에 이르는 외국인의 길 찾기가 편리해지기에 앞서 5000만 국민의 집 찾기가 더 불편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 새 주소에 주민들 불편 호소

서울 한복판인 남산N타워는 지금까지 ‘서울특별시 용산구 용산동2가 산 1-3’이라는 주소를 사용해 왔지만 앞으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남산공원길 105’라는 도로명 중심의 새 주소를 쓰게 된다. ‘용산동’이라는 동 이름과 ‘산 1-3’이라는 지번은 사라지는 대신 ‘남산공원길’이라는 도로 이름과 건물 순서를 나타내는 번호가 붙게 된다. 하지만 이 지역 주민은 용산과 남산은 낯이 익어 쉽게 찾지만 남산공원길은 지역주민도 잘 모른다며 불편을 호소한다.

청담 압구정 대치 도곡동 등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 지역 주민은 더욱 불만이 크다. 새 주소에 아파트 이름이 빠졌기 때문이다. 현행대로 ‘압구정 ○○아파트’ ‘대치동 △△아파트’로 표기하면 곧바로 명품 아파트임을 알 수 있지만 새 주소에 나오는 ‘▽▽대로 58 ○○동 ○○호’라고 하면 어느 아파트인지 알 수 없어 아파트 값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고육책으로 ‘▽▽대로 58 ○○동 ○○호’ 뒤에 (△△동, ▽▽아파트)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주민의 불만은 여전하다. ‘▽▽대로 58 ○○동 ○○호’ 대신 ‘▽▽대로 58 ○○아파트 ○○동 ○○호’ 식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부산에서는 과거 철거민 이주 지역이었던 동네 이름이 새로운 도로 이름에 반영되자 주민이 “낙후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도로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구한 지역은 570여 곳에 이른다. 또 아파트에서는 그동안 지번을 쓰지 않고 ‘○○동 ○○마을’과 동 호수를 적으면 우편물 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앞으로는 도로명을 추가로 적어야 하기 때문에 주소 길이만 늘어났다. 얼떨결에 ‘444’ ‘666’ ‘18’ 등 기피 번호를 받은 주민도 불만이 많다.

물론 바둑판처럼 도로가 발달된 서구 선진국에서는 도로 중심의 주소가 찾아가기 편리한 게 사실이다. 한국 역시 신도시 등 새로 개발하는 지역에서는 이런 주소가 훨씬 편리하다. 하지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보니 동네가 생기고 그 사이사이에 도로가 생긴 한국의 대부분의 거주지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전국에 일시적으로 시행하려다 보니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 기업과 관공서도 불편


광주 북광주 우체국 관계자는 “최근 새주소 사용 우편물 비율은 0.6%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빠르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집배원의 우편물 배달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번 주소에 익숙한 집배원은 하루 평균 2500∼3000통의 우편물을 배달할 수 있으나 새 주소가 도입되면 익숙해지기 전까지 상당한 업무 차질이 예상된다는 것.

또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시스템이 조정되지 않아 고객의 새 주소가 입력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행안부는 이에 따라 고객 정보를 관리하는 각 민간기업이 새 주소로 자동 변환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 제도가 좋은 만큼 보완 서둘러야

행안부는 새로 부여한 도로명이나 기피하는 도로 번호는 해당 주민의 요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바꿔줄 방침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과 교수는 “주소체계를 도로명 위주로 바꾸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맞는 방향”이라며 “하지만 한꺼번에 모두 추진하기보다는 도로명 주소가 적합한 대도시와 신도시에서 시작해 점차 농어촌과 소도시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유근배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주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면 실시에 앞서 언론 매체를 통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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