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고 스포츠 미디어가 발달함에 따라 야구 중계방송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더불어 개성 넘치는 해설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야구 중계를 감칠맛 나게 해준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지게 마련이니 누구의 해설이 옳다거나 우월하다고 단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이러지 말았으면 하는 해설의 유형은 있게 마련. 때로 야구팬의 분노와 울분을 자아내는 워스트(Worst) 유형의 해설을 꼽아 보았다.
첫 번째는 공부하지 않는 해설이다. 야구팬들의 식견과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선수의 성적, 버릇, 이력 등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채 에피소드나 비화에만 치중하는 해설은 해설 아닌 만담에 가깝다. 요즘 야구팬들은 눈높이를 맞춘 해설과 애시당초 수준이 낮은 해설의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차릴 수 있으니, 대단한 식견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소양 배양은 부탁드리고 싶다.
반면에 지나치게 현학적인 해설 또한 반감을 사게 된다. 현란한 야구 지식을 자랑하는 것까지도 좋은데, 선수 및 코칭스태프를 반복적으로 나무라고 무시하는 해설을 듣다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같은 의미로, 야구계에서 일어나는 비화나 에피소드를 알려줄 듯 말 듯 약 올리는 해설자 또한 야구팬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 속 시원히 말 하지 않을 거면 언급이나 하지 말지…. 그리고 이 기회를 빌어 솔직히 말하자면, 그런 해설자가 가진 정보치고 알고 보면 대단한 것도 없으니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싫은 해설의 유형은 편파 해설이다. 물론 해설자도 사람이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팀과 덜 좋은 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해서 방송을 하는 만큼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기본 아닐까.
마치 국가대표 경기를 응원하는 양 일방적으로 한쪽을 편들거나, 관심 없는 팀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무시로 일관하는 태도는 분노를 넘어 아픔까지 불러일으킨다. 세 시간 남짓 중계를 보는 동안 팬들이 얼마나 많은 감정의 파고를 겪게 되는지 아신다면 결코 그런 방송을 할 수 없으리라.
말이나 글은 때로 예기치 않게 남의 가슴에 대고 찌르는 흉기가 될 수 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좋은 해설은 없겠지만 최소한 각종 설화로 야구팬의 마음에 상처가 되는 중계방송은 없기를 바란다. 타인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리는 ‘역지사지’는 더불어 사는 세상의 기본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