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찰의 공권력 투입으로 유성기업 파업 사태는 진정됐지만 현대·기아자동차의 자동차 생산 재개는 일러도 이번 주말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기업이 정상적으로 피스톤링 등 자동차 엔진 부품을 생산하려면 최소한 1∼2일은 걸리고, 제품을 생산해 자동차업체 공장까지 운반하는 데 하루가 또 걸리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을 벌이던 유성노조 조합원 및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철수한 직후 회사 측은 즉각 생산시설 점검에 나섰다. 이기봉 유성기업 전무는 “장비 700여 대 중 핵심장비인 120여 대의 점검을 시작했는데 이미 이 중 일부에서 이상이 발견돼 보수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성기업 임직원 80여 명과 타 부품업체 10여 명이 함께 밤샘 점검 및 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성기업은 공장에 보관하던 원자재에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일부 생산은 이번 주말 시작하더라도 이전의 생산량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파업에 참여한 생산직 근로자를 대신해 투입할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정상 조업 시 320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를 투입했던 유성기업은 170여 명의 관리직 직원을 투입해 조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투입 인력이 평소의 절반에 불과해 생산량도 적을 수밖에 없어 자동차회사와 다른 협력업체의 피해는 며칠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현대차는 24일까지 스타렉스와 포터 316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56억 원의 매출 피해를 봤으며 기아차는 카니발 670여 대를 생산하지 못해 160여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피해는 유성기업의 피스톤링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해 자동차회사와 부품 업계의 피해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아차 ‘카니발’ 디젤 모델 생산이 20일부터 중단됨에 따라 카니발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 라인을 24일 세운 D업체는 이날 하루만 수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했다. 각종 스위치와 전기모듈을 생산하는 이 회사의 L 대표는 “당장 생산이 재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해서 같은 액수의 피해를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D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위 협력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해 조업 재개가 1주일 이상 늦춰지면 도산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품업체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완성차 업체들이 문제가 있는 협력업체를 관리해 미리 이런 사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사태가 이달 말까지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 현대·기아차는 총 4만8000여 대의 생산 차질과 8270억 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5000여 개의 협력업체에도 악영향을 미쳐 협력사의 매출 손실은 모두 1조2030억 원에 이르는 등 현대·기아차의 매출손실과 합치면 총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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