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K리그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 시작 이후 처음으로 현직 프로축구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30일 오후 1시반 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P호텔 객실에서 국내 축구 3부 리그 서울 유나이티드 정종관 선수(30·사진)가 숨져 있는 것을 호텔 직원이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5일 승부조작과 관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 선수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정 선수는 호텔 가운을 찢어서 만든 끈을 객실 옷걸이에 걸고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날 0시 50분경 투숙한 정 선수가 퇴실 시간이 지나도록 인기척이 없자 호텔 측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 시신을 발견했다.
정 선수의 시신 옆에는 A4용지 1장과 호텔 메모지 5장에 적힌 유서가 발견됐다. 정 선수는 해당 유서를 통해 “축구선수로서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부끄럽고 괴롭다”고 적었다. 이어 “지금 창원지검에서 조사받고 있는 축구선수 2명은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한 것”이라며 “그들이 조사받게 돼 미안하고 이제는 나에 대한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검시 결과 외상이 전혀 없었고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 등 타살 가능성이 낮다”며 “유족과 협의해 부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이날 정 선수의 자살과 관계없이 수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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