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가수이자 JYP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이제는 배우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된 박진영이 10년 만에 팬미팅을 가졌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진행된 박진영의 팬미팅 'FANtastic Moment'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참석했다. 10대 청소년 팬부터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중장년층, 가족단위의 팬들까지 총 450여석의 자리를 꽉 채운 가운데 팬미팅의 막이 올랐다.
박진영은 배우로 출연했던 KBS 2TV 드라마 '드림하이'의 OST '못 잊은거죠'를 열창하며 무대위에 나타났다.
망사옷 등 그동안 파격적인 의상으로 숱한 화제를 모은 박진영은 이날도 뭇 남성들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독특한 레깅스 패션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는 10년만의 팬미팅을 기념하듯 '사랑 십년'을 연이어 부르며 초반 분위기를 띄웠다.
노래를 끝낸 박진영은 "회사에서 팬들 별로 안올 것 같다고 팬미팅 하지 말라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며 감격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팬미팅은 여느 팬미팅과는 다르게 연예인 MC가 아닌 박진영의 오랜 여성 팬이 MC를 맡았다. 박진영은 "팬들과 조금이라도 더 얘기를 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팬들 중에서 MC를 선택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박진영의 팬미팅은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각종 방송이나 콘서트에서 시대를 앞선 모습을 보인 가수 박진영. 수많은 인기가수들을 배출한 프로듀서 JYP. 나이답지 않은 풋풋함으로 무장한 신인배우 박진영까지 그동안 변화무쌍하게 달렸던 그만을 묵묵히 기다려준 팬들을 위한 보답으로 마련된 선물의 시간이다.
10년 동안 팬미팅을 하지 않았던 만큼, 2시간이라는 제한적인 시간은 팬들에게 있어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을 것.
하지만 황금 같은 시간의 반이 박진영의 '인생그래프' 탐독으로만 쓰인 것은 옥의 티라면 옥의 티였다.
데뷔 시절부터 현재까지 박진영의 다사다난했던 17년 연예계 생활을 팬미팅 안에 담아내기란 어려웠을 법도 하다. 이럴 때 일수록 MC의 능숙한 진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저 팬심(fan心) 가득한 여린 여성 팬이 이끌어 나가기엔 역부족이다.
박진영은 과거를 회상하며 담담히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미숙할 수밖에 없던 MC는 굳이 덧붙여지지 않아도 될 자신의 경험담까지 섞어내며 지루함을 더했다. 결국 이렇게 한 코너에 소요된 시간만 50분이다.
팬들을 위한 화려한 퍼포먼스가 준비된 무대라기보다는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 하는 박진영의 의도가 보였지만, 가요계를 대표하는 JYP 수장, 그것도 그 사람이 10년 만에 연 팬미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엉성할 뿐이었다.
길고 긴 인생그래프 코너가 끝나고 팬들의 장기자랑과 Q&A 및 고민상담, 게임이 이어졌다. 시간 분배에 실패한 탓에 오히려 많은 팬들의 참여를 볼 수 있었던 기회인 질의응답 시간은 시작과 함께 끝이 나버리듯 허무하게 지나가버렸다.
다행히(?) 팬들이 원하는 노래를 즉석에서 선정해 부르는 코너에서 박진영은 무대에서 처음으로 부르는 곡들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
이 때 박진영의 노래를 끊으며, 특별게스트 UV(유세윤, 뮤지)가 등장했다.
이들은 남의 팬미팅에 와서 겁도 없이(?) 박진영을 'JY'라 부르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박진영은 대스타 UV 앞에서 주눅이 든 '어린양'인 척 연기하며 팬들을 웃겼다.
이내 세 사람은 '이태원 프리덤'을 화려한 안무와 함께 선보이며 팬미팅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어진 팬들의 애정담긴 편지 낭독과 제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아쉽게 남자 신인 연기상을 수상하지 못한 박진영을 위해 팬들이 직접 제작한 트로피를 전달하는 시간은 박진영과 팬들 모두에게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박진영은 팬들의 선물에 고마움을 전하듯 자신의 히트곡들을 연이어 열창하며 팬들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동안 박진영이 많은 방송에서 자주 보여줬던 '히트곡 메들리' 수준의 공연은 특별히 자신의 팬들만을 위해 마련한 무대라고 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였다.
확실한 팬 서비스는 팬미팅이 끝날 무렵 있었다. 팬미팅에 참석한 모든 팬들을 무대로 오르게 해 포옹을 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진 것. 팬들에겐 초반의 지루했던 것을 잊게 할 만큼 깜짝 이벤트가 위안이 됐을 것이다.
총평하자면, 연예계를 대표하는 JYP 수장의 팬미팅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자리였다. 박진영도 팬들도 10년만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자리였음에도 어설픈 준비에 아쉬움이 남았다. 그저 10년만의 감격스러운 팬미팅이 개최되었다는 것 자체에만 의미를 둬야 할 듯하다.
동아닷컴 조윤선 기자 zo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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