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47>부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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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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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별미… 보약에 버금가는 채소

초여름의 별미 중 하나가 부추전이다. 부추를 푸짐하게 썰어 오징어까지 넣어 부친 해물 부추전이라면 더욱 좋다. 여기에 막걸리라도 한 잔 곁들이면 흥에 겨워 노래가 절로 나올 것 같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라는 말처럼 맛있게 먹는 음식은 모두 몸에 좋겠지만 특히 부추전을 앞에 놓고는 굳이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핑계로 값비싼 보약을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요즘이 제철인 부추가 동서양에서 모두 인정하는, 보약에 버금가는 채소이기 때문이다.

부추는 옛날부터 게으른 사람들이 가꾸는 채소라고 했다. 특별히 정성을 들여 가꾸지 않아도 한번 심으면 저절로 잘 자랄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채소 이름에도 이런 인식이 담겨 있다. 부추는 한자로 구(구)라고 쓰는데 땅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다. 부추가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채소라는 의미가 감춰져 있다.

그 때문에 부추를 다른 말로는 기양초(起陽草)라고 불렀다. 문자 그대로 양기(陽氣)를 일으키는(起) 풀이라는 뜻이다. 부추를 정력에 좋은 강장 식물로 여겼던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우며 위 속의 열기를 없애 허약한 것을 보완한다며 채소 가운데 제일 따뜻해서 사람에게 이롭다고 했다. 하지만 수양하는 사람은 먹기를 꺼린다고 했으니 바로 양기를 일으킨다는 기양초이기 때문이다.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부추는 잎이 뜨겁고 뿌리는 따뜻해 피의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은 부추를 생명력이 넘치는 좋은 채소로 여겼기 때문에 손님을 맞거나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는 반드시 부추를 놓았다. 기원전 7∼11세기 때인 주나라의 노래를 엮은 시경(詩經)에 어린 양과 부추로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뜻의 헌고제구(獻羔祭구)라는 구절이 그것이다. 역시 주나라 때의 예법을 적은 주례(周禮)에도 손님이 오면 돼지고기를 썰어 부추와 함께 내놓는다는 내용이 있다.

동양에서는 부추를 기운을 북돋아주는 채소로 여겼던 반면에 서양에서는 부추를 먹으면 목소리가 맑아진다고 믿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로마의 황제 네로(37∼68)다. 폭군으로만 알려져 있는 네로는 음악을 사랑했던 황제였으며 스스로 뛰어난 성악가라고 자부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기록에 따르면 네로의 목소리는 힘이 없을뿐더러 음색이 허스키했기 때문에 성악에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성악에 빠진 네로 황제가 좋은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먹었던 음식이 바로 부추였다고 한다. 로마의 역사가 플리니우스가 박물지에 적어 놓았는데 부추를 먹으면 목소리가 맑고 청아해진다고 믿었던 네로 황제가 노래를 부르기 전 부추와 올리브 오일을 먹으며 목청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박물지를 쓴 플리니우스는 네로와 같은 시대를 산 인물인 데다 나폴리 해군 제독을 지낸 고관이니 네로가 부추를 먹으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는 기록은 그가 직접 목격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부추가 목청에 좋다는 믿음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널리 퍼져 있던 속설이었는지 아리스토텔레스도 자고새의 울음이 아름다운 까닭은 부추를 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은근히 즐겨 먹는 음식이 부추이고 부추전인데,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가무에 능했던 것도 혹시 부추 때문이 아닐까.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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