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최초로 열리는 U-day 뮤지션 연합 페스티벌
● 뮤지션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문화 바꿔야
영화 가운데 주인공이 다수인 영화들이 종종 등장한다. 몇 년 전 히트한 '엑스맨'이라는 영화처럼 압도적이고 고독한 영웅이 아니라 각기 다양한 능력을 지닌 영웅들이 지구를 지킨다는 권선징악 류의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대개 주변인인 경우가 많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해왔지만 우연한 기회에 힘을 모아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것이다.
이제 국내 음악판에서도 비슷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주인공은 그간 소외됐던 역시 다수의 뮤지션들이다.
음악산업의 거의 전부분에서 부당거래가 있었던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물론 국내에 한정된 얘기만도 아니다. '갑'과 '을'의 관계에서 언제나 뮤지션은 언제나 '을'의 위치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특히 인디 뮤지션이란 그저 주어지는 무대에 감사해야 했고, 누군가 음원을 팔아주는 것에 기뻐해야 했다. 출연료나 음원의 가격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못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제 그런 관행에 한번쯤 'No!'라고 말할 때가 됐다.
■ 제1회 U-day 페스티벌…토론회와 축제가 동시에
2011년 6월18일 토요일 홍대 주변 13개 음악공간에서는 110여 팀이 함께하는 의미 깊은 행사가 개최된다. 'U-day 페스티벌'이라고 명명된(홈페이지 http://cafe.naver.com/udayfest) 이번 행사에서는 음악 산업의 진정한 주인공인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현재 산업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취지다.
물론 현재 이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자리다. 토론회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대 앞 대표 뮤지션들의 화끈한 노래도 펼쳐진다.
국내에는 수많은 뮤직 페스티벌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수의 음악행사의 전반적 진행과 섭외과정은 그야말로 복마전이다. 게다가 음반발매와 정산 그리고 행사섭외에 얽힌 학연과 지연의 그늘은 그야말로 하늘을 다 가린 먹구름같이 시꺼멓다.
특히 국내 뮤지션들과 기획자들의 갈등의 중심에는 해외 유명 밴드에 대한 과도한 우대정책이 자리한다.
유명세를 가진 외국뮤지션들을 헤드라이너로 해야만 목돈이 된다는 것은 음악 산업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기성제작자들의 물러설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무력하고 인기 없는 소수이기에 잠식당하고 희생을 강요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 이번에 모인 뮤지션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다.
눈치를 살피며 입장을 피력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의 뮤지션들에게 우선 어필하는 것도 이번 유데이의 출발을 준비하는 이들의 본심이기도 한 셈이다.
이 공연을 위한 첫모임에서 제주도에서 와서 1년동안 홍대앞 활동했던 팀은 현재의 씬(SCENE)에 대해 언더그라운는 생각보다 편파적이고 허울뿐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한 포크가수는 1년 동안 자신이 음악활동을 통해 번 돈은 2만1500원이라고 토로한다. 그것도 어느 클럽이나 공연에서 출연료 조로 받은 게 아니라 거리공연을 통해 벌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 트위터 통해 의견 모아 대안적 축제로 발돋움…
이와 비슷한 사건이 빈발했다. 어느 한 국내 유명 페스티벌에서 출연료조차 제대로 안주면서 뮤지션을 오라 가라 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이 문제 해결하기 위해 트위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다가 아예 공론장으로 꺼내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불과 두 달 전의 일이다.
기준을 알 수 없는 섭외와 부당한 개런티 지급, 그리고 합리적이기는 커녕 불투명하기만 했던 음원정산문제들은 참여뮤지션들의 경험을 토대로 자료를 모아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100여 팀 이상이 참여하는 거대 행사로 진화했다.
사실 이런 행사는 인디 뮤지션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뮤지션들 스스로도 부당하게 거래되어왔던 악순환의 고리에 고민하는 동료들이 이토록 많았는가 하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결국 기존체제의 그 어떤 도움이나 자본의 후원 없이 뮤지션들 스스로가 만들어가자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가 소외되고 나약한 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계가 됐다. 앨범 한 장 내보지 못한 이들로부터 20여년의 경험을 이들까지 선후배 사이에 사라졌던 교류의 장이 가능해 진 것이다. 또한 나만 그런 줄 알았고 우리에게만 불합리한줄 알았던 것들이 음악 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자 선배 뮤지션들의 지지선언들이 이어졌다. 언제까지 후배들이 이처럼 삭막하고 고독한 싸움을 계속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홍보와 제작에 한 숱가락씩 보태서 만들고 있는 이번 행사는 단발성으로 그치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모였다.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음악소비자, 신문과 잡지사 기자, 음향관련 사업가, 학생, 주부 등이 모여 자신들이 그토록 즐겨들었고 앞으로 듣고 싶은 음악에 대해 개인투자를 하듯이 손을 모으고 있다.
시간부족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우선 순위 부족이란 말이 있다. 아쉽게도 아직 여기에 동참해주지 못하는 음악 관계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6월18일 행사를 통해서 정정당당한 생산자와 소비자로 행복하게 만남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행사는 매년 홍대를 지키는 정신으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P.S.
6월18일 토요일은 뮤지션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꼭 오셔야 할 자리입니다. 100여팀중 한팀 콕찝어 환호를 보내주세요. 그리고 10년 후, 이렇게 말하십시오. "그 때 내가 거기 있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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