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현실 잘 반영… 소모적 논란 없기를”
경찰 “1항이 검찰 지휘권… 이럴거면 왜 바꾸나”
20일 합의를 이룬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놓고 검찰과 경찰은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심 불만을 쏟아냈다.
검찰은 합의안을 존중하지만 앞으로 법 시행 과정에서 새로 빚어질 문제점을 따져봐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김준규 검찰총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검토한 뒤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합의 내용은 수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향후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또 “검찰은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모든 수사 단계에서 사법경찰에 대한 지휘를 더욱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혀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된 데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e메일로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없던 ‘모든 수사 단계에서’라는 부분을 공식입장 발표 브리핑에서 급히 추가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선 검사들은 합의안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검사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준 것은 의사 면허가 없는 간호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꼬았다. 대검 관계자는 경찰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경찰에서) 현실을 반영하자고 해놓고 이제 와서 더 큰 걸(수사권) 요구하고, 그걸 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누가 지금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개시권이 명문화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다. 경찰청 박종준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찰의 수사 환경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볼 순 없으나 검찰과 경찰의 갈등으로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면 안 된다는 견지에서 정부 합의안을 수용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현행법상 경찰은 주체적으로 수사를 못하도록 돼 있어 현실과 괴리가 컸는데 이번 합의안에 경찰 스스로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은 논란이 됐던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아닌 검찰의 수사지휘권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 “이럴 것이라면 차라리 개정하지 않는 게 낫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한 경정급 간부는 “형소법 196조 1항이라는 상징성이 큰 자리에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명시된 것은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상당 부분 제약을 받게 된다는 뉘앙스여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한 책임론도 나왔다. 경찰대 출신의 한 간부는 “개정안 제196조 1항에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했는데 법률에서 ‘모든’이라는 용어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내부적으로 조 청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퇴진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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