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또 가끔씩 먹는 음식이지만 정작 이름은 모르고 먹는 경우가 꽤 있다. 우무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여름철 콩국수를 먹을 때 콩국에 들어가는 맑고 투명한 젤리처럼 생긴 식품이 우무다.
여름에는 얼음을 띄운 콩국물에 국수 대신 묵처럼 썬 우무만 넣은 우무 냉국을 파는 곳도 있고 재래시장에 가면 투명한 우무를 갖은 양념으로 무쳐 놓은 우무 냉채를 계절에 관계없이 간단한 요깃거리로 먹을 수 있다. 요즘은 슈퍼마켓의 묵 코너에도 우무를 진열해 놓은 곳이 많다.
우무는 바닷가 해초인 우뭇가사리를 끓여 굳혀서 묵처럼 만든 식품이다. 자주 먹지만 이름은 잘 모르는 사람도 있어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조선시대에 우무는 여름철이면 궁중의 임금님께 진상을 했던 남해안 특산물이었으며 여름철 별미였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은 전국의 유명 음식을 적은 도문대작(屠門大嚼)이라는 글에서 바닷가에서 나는 해초에 우모(牛毛)라는 것이 있는데 열을 가하면 녹기 때문에 그 성질을 이용해 묵으로 만든다고 했다. 또 세종실록지리지에는 우무를 남해안 지방의 특산물이라고 적었다.
일제강점기 때의 문인인 최영년은 해동죽지(海東竹枝)라는 책에서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만든 우무는 남해안의 명물로 여름철이면 임금님이 즐겨 드시던 청량식품이라고 적어 놓았다.
해동죽지에는 우무를 만드는 법도 적혀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로 투명한 우무묵을 만들어 궁궐에 진상하며 묵을 가늘게 썰어 초장을 쳐서 냉탕으로 만들어 마시면 상쾌하기 때문에 더위를 씻을 수 있고 갈증도 덜어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우무 냉국이나 우무 냉채처럼 더위를 식히는 여름 별미였던 것이다. 여름에 먹는 우무 냉국이 얼마나 시원했던지 저자인 최영년은 시까지 한 수 읊었다.
“해천(海天)은 쇠털처럼 생긴 풀로/끓여서 묵을 만들면 흰 기름 같아서/국물과 함께 마시면 가슴까지 시원해/탄성이 나무꼭대기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그는 여름철 별미였던 우무가 어떤 연유인지 요즘은 경성에서 볼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일제강점기 우무는 만들기도 힘들고 맛에서도 도토리묵이나 메밀묵에 밀려 시장에서 사라졌던 모양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무 냉국이나 우무 냉채는 주로 재래시장이나 가야 맛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낮은 칼로리 덕분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면서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우무의 원료인 우뭇가사리는 한자로 우모(牛毛) 또는 우모초(牛毛草)라고 하는데 모양새가 마치 쇠털처럼 생겼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그리고 우무를 동결 건조시킨 것이 한천(寒天)인데 아이스크림 또는 양갱의 원료로 쓰인다. 이 단어의 유래는 일본에서 비롯됐다. 추운 겨울날 우무를 집 밖 햇볕에 내놓고 말리다가 우연히 동결 건조된 우무를 얻게 되어 한천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됐다고 일본어 유래사전에 나온다. 영어로는 우무를 아가(agar)라고 하는데 말레이어에서 나온 말로 현지어로는 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편 우무와 곤약을 헷갈리는 사람도 많은데 우무는 해초인 우뭇가사리로 만드는 반면에 곤약은 구약이라는 식물의 뿌리로 만드는 것으로 아예 근본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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