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53>춘천 닭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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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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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닭갈비에는 닭갈비가 없다, 왜?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 닭갈비다. 한자로는 계륵(鷄肋)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닭갈비로는 춘천 닭갈비와 삼국지의 닭갈비, 즉 계륵이 있는데 우리가 아는 상식과는 다른 부분이 꽤 있다.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수양제(隋煬帝)와 닭갈비가 있는데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닭갈비에 담긴 허와 실을 알아본다.

먼저 춘천 닭갈비는 진짜 닭갈비로 만든 음식이 아니다. 직접 먹어 본 사람조차음식 이름이 주는 최면효과 때문인지 춘천 닭갈비에는 닭갈비가 없다는 사실을 단번에 눈치 채지 못할 때가 많다.

닭갈비는 모두 일곱 쌍의 갈비뼈로 이뤄져 있다. 네 발 달린 동물과 달리 크기가 작은 조류인 닭의 갈빗살은 살점도 거의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갈빗살은 닭이 호흡을 할 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근육의 일종이다. 양이 너무 적어 분리해서 요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은 닭갈비지만 춘천 닭갈비를 포함해 음식점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닭갈비를 자세히 살펴보면 닭의 갈비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름은 닭갈비라고 하지만 닭의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도톰하게 펴서 양념에 잰 후에 야채와 함께 철판에 볶거나 숯불에 구워서 먹는다.

갈비가 아닌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구워 팔면서 닭갈비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펴서 구웠기 때문이다. 이름의 유래는 춘천 닭갈비가 생겨난 배경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강원 춘천 명동의 어느 선술집에서 술안주로 팔던 돼지갈비가 떨어졌다. 그러자 닭고기를 사다가 토막을 낸 후 양념을 해서 돼지갈비처럼 구워 판 것이 유행을 하면서 현재의 춘천 닭갈비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춘천 닭갈비는 진짜 닭갈비가 아니라 닭고기를 돼지갈비처럼 요리했다는 뜻이다.

닭갈비의 한자어인 계륵은 소설 삼국지에서 조조가 한 말이다. 유비와의 전투에서 계속 싸울 수도 없고 퇴각할 수도 없는 난처한 심정이 담겨 있다. ‘계륵’을 암호로 정했다는 말을 들은 행군주부 양수(楊修)가 조조의 뜻을 헤아려 먼저 짐을 꾸려 철수 준비를 하자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조조는 군기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양수를 참수한다.

소설 삼국지에서는 계륵을 통해 재주를 지나치게 과시한 양수를 비난하고 또 조조의 난폭함과 간교함을 강조한다. 하지만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후계자인 태자 조비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양수를 처형한 것으로 나온다. 조비를 태자로 책봉했는데 셋째 아들인 조식이 양수의 도움을 받아 태자 자리를 넘보자 양수를 처형했다는 것이다. 계륵에 담긴 조조의 진심은 후계자의 지위 강화였던 것이다.

고구려를 계륵에 비유한 인물도 있다. 수나라 말기의 장수 이밀(李密)이다. 반란을 일으키며 수양제의 죄목을 적은 토수양제격문(討隋煬帝檄文)에서 고구려를 침범했다가 살수에서 을지문덕 장군에게 대패해 수나라를 위태롭게 한 것을 꾸짖으며 고구려를 닭갈비에 비유했다.

이밀은 요수의 동쪽은 조선의 땅인데 주나라 때도 이 땅은 황폐해서 주공(周公)도 정복을 포기한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돌밭은 얻어도 쓸모가 없고 닭갈비는 씹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쓸데없는 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위태롭게 한 죄를 비난했다. 구당서(舊唐書) 이밀열전에 나온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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