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죽었다고 하네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박치현 상병(21)의 어머니는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4일 오후 4시 45분경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박 상병의 가족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수도병원)에 도착했다.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에 박 상병의 아버지는 넋이 나간 듯 창백한 얼굴이었다. 어머니는 승용차에서 내려 몇 걸음 떼지도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수도병원 현판을 보고서야 아들의 죽음이 실감난 듯 “정말 내 아들이 죽었구나”를 되뇌며 친지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들어섰다. 특히 박 상병은 사고 당시 생존했다가 병원으로 이송된 후 치료 중 숨진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승렬 상병(21), 이승훈 하사(26), 권승혁 일병(21) 등 다른 사망자 유족들도 속속 병원에 도착했다. 이 상병의 이모라고 밝힌 임모 씨는 “승렬이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상병의 고종사촌 형인 개그맨 임혁필 씨(39)는 병원에서 “동생은 경호원 꿈을 이루기 위해 입대 전에 나한테 많이 물어봐서 멋진 곳이라고 말해줬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이라며 “지난달 가족들이 면회를 갈 때 함께 못 간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수도병원에 도착한 장병들의 부모는 강화도 사고 현장을 찾았다. 병원에는 친인척들이 남아 해병대 측과 장례식 절차를 논의 중이다.
한편 부상한 권혁 이병(20)은 병동에서 치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이병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수도병원 측은 밝혔다. 또 가해자로 알려진 김모 상병(19)은 오후 5시 반경 국군수도병원에 이송됐다가 6시 10분 대전 유성구 국군대전병원으로 옮겨졌다. 군 관계자는 “김 상병이 수류탄 파편은 맞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출입자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한편 취재진의 출입은 통제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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