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선출]홍준표 한나라 대표에… 친이계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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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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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 유승민-나경원-원희룡-남경필 선출


한나라당의 5월 원내대표 경선에 이은 7·4 전당대회 결과 여당 권력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서 범친이(친이명박) 성향이지만 ‘영원한 비주류’의 길을 걸으며 친박(친박근혜)계와도 소통해온 4선의 홍준표 의원이 큰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홍 신임 대표에 이어 친박계 단일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예상외로 약진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반면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의원은 4위에 그치며 원내대표 경선에 이어 친이계의 ‘날개 없는 추락’이 재확인됐다.

내년 7월까지 한나라당을 이끌 선장으로 홍 대표가 선택된 것은 안정보다는 변화에 대한 당심(黨心)을 반영한다.

서민의 아들임을 강조해온 홍 대표가 당의 간판이 되면서 그동안 ‘부자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한나라당의 색깔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내 역학구도는 물론 당청 관계와 여야 관계에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친이-친박의 계파 구도가 급격히 허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이계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후보 단일화에 실패해 결국 친박계의 지원을 받은 비주류의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원내사령탑 자리를 내줬다. 이번 전대에서도 친이계 표는 흩어졌다.

반면 친박계는 당의 주류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친박계는 이번 전대가 계파 대결구도로 전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유 최고위원으로 자연스럽게 표가 모아졌다. 전대 과정에서 후보들은 한결같이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게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 청와대에 할 말은 하고… 야당과는 친서민 경쟁… ▼

“내가 새 대표” 홍준표 의원이 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주먹 쥔 양손을 들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던 홍 의원은 1년 만에 집권여당의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내가 새 대표” 홍준표 의원이 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주먹 쥔 양손을 들어 당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던 홍 의원은 1년 만에 집권여당의 대표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전대 결과를 보고받고 “홍 대표는 경륜과 식견을 갖추고 있어 당을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홍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당청 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역대 당 지도부가 한결같이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했지만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홍 대표는 “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선도해 모든 정책을 사전 조율해 발표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을 관철시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홍 대표는 이 대통령과 오랜 인연이 있고 원내대표 시절 당 정책위의장이던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기대했다.

홍 대표는 당장 정부와 청와대를 설득해 황우여 원내대표가 주도하는 각종 친서민 정책을 실현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무엇보다 당의 체질을 바꿔 고전이 예상되는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서울에서 4선을 한 홍 대표를 선택한 것은 내년 총선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총선 성적이 나쁠 경우 ‘홍준표 체제’는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집권당의 ‘권력교체’가 몰고 올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홍 대표가 친서민 기조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정책적’ 측면에선 크게 대립할 게 없다는 관측이 많다. 오히려 민주당과 친서민 경쟁을 벌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내년 총선과 대선후보 경선을 책임질 대표로서 ‘정치적’ 측면에선 민주당과 분명한 각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 대여(對與) 공격의 선봉장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한 홍 대표와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기세 싸움도 주목된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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