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사건으로 희생된 해병대 장병 4명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은 5일에도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족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여전히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고 동료 군인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들은 이날 잇달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김 장관은 “부대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조만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어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떻게 개선할지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에게 1계급을 추서했다.
○…사망한 4명의 장병 중 3명이 외아들이어서 가족들의 슬픔은 더 컸다. 이승렬 상병(이하 1계급 추서 이전 계급)의 고모부 박춘일 씨는 “어떻게 키운 외아들인데… 그렇게 얌전하던 아이를…”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입대한 박치현 상병은 2차례 도전 끝에 해병대에 합격할 정도로 해병에 대한 애정이 컸다. 아버지 박근희 씨는 “사회생활이 만만찮으니 해병대에 가서 해병대 정신을 배워오라고 권유했었다”며 울먹였다. 이승훈 하사는 4년 전 해병대를 사병으로 제대한 뒤 부사관으로 재입대한 특이한 경우. 이 하사는 직업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 장기복무 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한 부대 선임은 “제대한 뒤 다시 입대할 정도로 해병을 사랑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총기 사건과 악연(惡緣)이 있다. 김 장관은 2005년 6월 육군 28사단 최전방 감시소초(GP) 총기 난사사건 당시 3군사령관(육군 대장)이었다. 28사단은 3군 사령부 예하 사단이다. 당시 군 안팎에선 김 사령관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됐지만 김 장관은 이듬해 합참의장에 올랐다. 김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 또다시 해병대 총기사건을 겪은 것이다. 지난달 국방개혁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된 데 이어 중대 위기를 맞은 셈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직권조사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사건 발생 직후 해당 소초를 방문해 기초 조사를 한 결과 장병 신상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 이 소초에서 가혹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3월 해병 1사단에 권고한 부대 정밀진단을 해당 부대가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점검하기로 했다.
성남=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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