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달구자… 대구세계육상 D-44]칼 루이스 “서울올림픽 너무 소란… 한국관중은 최악이었다” 악평

  • Array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관중 매너 좋아야 선수들도 신바람
■ 선수-관중 하나되는 관전법

2009년 8월 21일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높이뛰기 결선. ‘독일의 연인’으로 불리는 아리아네 프리드리히는 갑자기 검지를 입에 대며 ‘쉿’ 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자 박수를 치며 리듬을 타던 5만7000여 홈팬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프리드리히가 바를 넘자 경기장은 다시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프리드리히는 동메달로 팬들의 응원에 답했다.

달리고 던지고 뛰어넘는 인간의 기본적 신체 능력을 겨루는 육상은 팬과 선수가 하나 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호흡을 맞추며 그들이 벌이는 인간 한계의 도전을 감상하는 게 육상의 묘미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내 팬들이 알아야 할 육상 관전법을 살펴본다.

○ 단거리, 박수→숨죽임→환호(박수)의 ‘3박자 리듬’

단거리는 소리에 민감하다. 그래서 보통 3단계로 이어지는 경기 흐름에 따라 응원도 리듬을 타야 한다. 장내 아나운서가 선수를 소개할 땐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남자 100m(9초58)와 200m(19초19) 세계기록 보유자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같이 특유의 포즈로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선수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판(스타터)이 “제자리에”라고 호명하는 순간부터는 숨을 죽여야 한다. 심판이 “차려”라고 할 때까지 소리를 내면 민감한 선수들의 신경을 건드릴 수 있다. 특히 “차려”라는 구령에 물건을 떨어뜨린다든지 큰 소리로 말하면 총소리로 착각한 선수들이 부정 출발을 할 수도 있다. 단거리는 한 번의 부정 출발에도 실격이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탕” 하는 총성이 울리면 경기장이 터져 나갈 것 같은 박수와 환호로 선수들의 질주를 격려하면 된다.

중장거리 경기 땐 출발까지는 같고 트랙을 수차례 도는 선수들이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 큰 박수로 응원하면 된다.

○ 도약 및 투척, ‘슬로’→‘퀵’ 박수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100m 챔피언 칼 루이스. 동아일보DB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100m 챔피언 칼 루이스. 동아일보DB
프리드리히는 ‘쉿’ 포즈를 하기 전까진 도약을 준비할 때 손을 높이 올려 ‘짝∼짝∼짝∼짝’ 천천히 박수를 치며 팬들의 응원을 유도했다. 팬들은 프리드리히가 도움닫기에 들어가면 ‘짝짝짝짝’ 박수를 빨리 하며 바를 넘기를 기원했다. 도약과 투척 경기에서는 선수를 응원할 때 ‘슬로’와 ‘퀵’ 박수를 친다. 물론 이게 일반적이지만 프리드리히처럼 집중을 위해 ‘쉿’ 포즈를 취하면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예의다.

경기장에서 선수와 팬이 완벽하게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종목이 바로 멀리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등 도약 종목이다. 그래서 도약 종목은 남자 100m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 경기 잡담 및 이동 금지

모든 경기가 열릴 땐 잡담 및 고성, 이동을 하지 않는 게 기본예절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100m 챔피언인 미국의 육상 영웅 칼 루이스는 자서전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마침내 출발선에 섰다. 그런데 7만이 넘는 관중은 소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때까지 내가 경험했던 모든 경기를 통틀어 한국 관중의 관전 태도는 최악이었다.’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2005년부터 6년째 열렸지만 우리의 육상 관전 문화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44일 앞으로 다가온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제대로 된 관전 문화 확립이 시급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