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미컬하면서도 강렬한 라틴음악 선율이 귓가를 간질인다. 아름다운 여인이 자극적인 리듬에 맞춰 길게 쭉 뻗은 팔·다리를 시원스럽게 움직인다. 어깨와 엉덩이를 위아래 양옆으로 씰룩쌜룩 흔드는 그녀는 영화 속에서 막 뛰쳐나온 댄서 같았다.
댄스스포츠 삼매경에 빠진 제시카 고메즈(26·호주)를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라틴댄스아카데미 연습실에서 만났다.
고메즈는 박지우(31·LIG손해보험) 댄스스포츠 선수와 함께 MBC '댄싱 위드 더 스타'에 출연 중이다. 심사위원 평가 1~2위를 놓치지 않으며, 매주 환상적인 춤사위를 선보이고 있다.
▶ '여신몸매' 제시카 고메즈 "사실 나는 행운아"
막상 마주한 고메즈는 화장기 하나 없는 청초한 미인이었다. 땀을 흘리며 춤 연습을 하느라 화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일 먼저 잡티 하나 없는 매끈한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177㎝의 큰 키에 서구형 몸매지만,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는 친근해 보였다. 동서양의 미(美)를 고루 지닌 듯 했다.
글로벌 톱 모델 고메즈가 낯선 타국에서 그것도 힘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한 이유는 뭘까. 그 질문부터 했다. 고메즈의 대답은 간단했다. "춤이 좋았어요."
"워낙 어려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춤을 즐겨 췄어요. '댄싱 위드 더 스타'의 호주와 미국버전을 좋아했고요.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무척 기뻤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했어요."
- 춤추는 것을 좋아했나요? 좋아한다면 어느 장르의 춤을 좋아하나요?
"친구들과 편하게 춤추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볼룸 댄스(댄스스포츠)를 매우 좋아했어요."
- '댄싱 위드 더 스타' 진행자인 이소라가 당신을 라이벌로 꼽으며 "옷을 찢어 주고 싶다"는 질투 섞인 재미난 이야기를 했습니다. 기분이 어땠죠?
"나쁘지 않았어요. 이소라 씨가 하신 말은 나쁜 뜻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죠. 제가 무대에서 더 빛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말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가 무대 위에서 클레오파트라가 연상되는 황금색 비키니, 블랙 앤 화이트 룸바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은 흑장미를 연상시킬 만큼 고혹적이다.
- 춤만큼이나 섹시한 의상이 화제인데요?
"섹시한 의상을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상 디자이너와 제 파트너인 박지우 씨와 상의를 해서 춤과 콘셉트에 맞게 고르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분들께서 좋아할 만한 것이에요. 무엇보다 방송을 보시는 분들이 재미있어하고 즐겁게 댄스를 즐기길 바랍니다."
-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일단 3위 안에 드는 게 첫 목표고요, 3위 안에 들게 된다면 더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출연하는 모든 참가자의 목표는 최후의 팀이 되는 거잖아요."
- 매주 시간이 흐름에 따라 팀워크나 자신의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고 느끼나요?
"네, 그럼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연습량이 많아지면서 동작이나 춤의 느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파트너에 대해서도 더 잘 알아가면서 우리의 팀워크나 실력도 함께 향상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동영상=제시카 고메즈, “댄스 프로그램 정말 흥미로운 경험”
▶ 고메즈와 박지우 "동료는 동료일 뿐! 오해하지 마시길!"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아감에 따라 완성도 높은 연기와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다. 선남선녀의 댄스를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엔 미소가 번진다. 프로그램 심사위원들은 "둘이 사귀어 보는 것이 어떠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고메즈에게 열애설에 대해 물자 그는 파트너 박지우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모든 걸 잊고 춤에 열중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편안하고 믿음직한 동료"라며 최근 화제가 된 열애설을 일축 했다.
박지우도 "여동생 같아요. 장난기도 많고 웃음이 많아요. 의외로 털털하고요. 밝은 성격과 긍정정인 마인드를 가졌지만 춤 연습을 할 때만큼은 상당히 진지한 모습을 보이죠. 좋은 동료를 만났다고 생각해요"라며 웃었다.
박지우는 파트너 제시카 고메즈의 장점으로 리듬감과 빠른 습득력이라고 꼽으며 "춤을 늘 즐기려고 하기에 함께 춤을 추는 저도 기쁜 맘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고 칭찬했다.
고메즈는 가장 힘든 댄스 동작으로 리프트(남자가 여자를 들어 올린 뒤 행해지는 춤 동작)를 꼽으며 "연습할 때 자꾸 웃음이 터져 박지우 씨가 진땀을 흘리곤 했어요. 지우 씨는 성격 좋고 성실·근면한 노력파 댄서거든요. 경연무대에서 리프트에 성공하고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어요"라고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 동서양의 미(美)를 아우른 고메즈, 환상적 춤사위로 폭발
"딸이 향수병에 걸릴 것 같다기에 한국에 왔는데, 친절한 한국 사람들을 보니 괜히 걱정했네요."
딸 수발 때문에 호주에서 온 고메즈의 어머니 페이 유엔 웡 고메즈(62) 씨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고메즈 씨는 현재 호주 퍼스시티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기자가 대학시절 9개월 간 살았던 고장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고메즈는 춤을 추다 말고 자신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기자를 보며 팔을 크게 흔들며 소리치듯 활기찬 목소리로 인사를 걸어왔다. 내가 퍼스에서 살았다고 하자 더 반가워했다.
-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외모적으로 자신 있는 부분은? "건강미요. 중국계 어머니와 포르투갈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동서양의 장점들을 고루 가지고 태어났어요. 큰 키와 체형은 아버지에게서 이목구비나 피부 등은 어머니에게 물려받았죠. 너무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몸매를 타고난 건 행운이죠."
-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전 좋은 사람이에요.(웃음) 오픈 마인드의 친근한 성격이에요. 주위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편이에요. 보기보다 귀여운 모습도 많이 가지고 있답니다.(웃음)"
- '신이 내린 몸매'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한국인이 부러워하는 몸매를 가진 소감은? "아~ 정말요? 전 정말 행운아네요. 너무나 좋게 봐주시는 한국 팬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고메즈는 몸매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살짝 쑥스러워 했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질문을 하는 것이 조금은 실례일지 모른단 생각에 화제를 돌리고자 운동을 좋아하느냐 물었다.
그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만 몸매 관리를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대답했다. 그가 운동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음을 진심 어린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제시카 고메즈 포토샵 보정 전 후 사진'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솔직하고 털털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은 늘 완벽할 순 없죠. 모델로서 노력해야 하지만 때때로 의도치 않는 상황이 벌어져요. 광고주가 원하는 제 모습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제 다리가 길어 보이길 원한다든가, 더 날씬하고 글래머로 보이길 원할 때가 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모델로서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죠. 이후의 일은 광고주와 스태프의 몫이에요."
▶ 뽀빠이에게 시금치가 있다면, 고메즈에겐 삼계탕!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는 고메즈. 그는 아침부터 잡지 촬영, 방송, 인터뷰 등 일하는 꽉 찬 스케줄과 잦은 이동으로 자동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고 한다.
- 한국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피곤은 어떻게 푸나요? "늘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기에 행복해요. 하지만 바쁜 일정에 피곤한 건 사실이에요. 피로를 푸는 가장 좋은 수단은 잠이에요. 전 한번 자면 오랜 시간을 자곤 해요. 하루 종일 자죠. 짧은 시간을 자더라도 최대한 숙면하려고 애씁니다. 지금도 자고 싶네요.(웃음)"
-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있나요? "불고기와 삼계탕을 좋아해요. 맛있어요. 바쁜 스케줄과 장시간의 춤 연습에 지쳐있을 때 종종 삼계탕을 먹고 힘을 내죠. 한국에선 사람들이 몸보신을 할 때 삼계탕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삼계탕을 먹으면 힘이 불끈불끈 솟아납니다."
- 한국에서의 삶은 어떤가요? "호주와 미국에서의 삶과는 많이 달라요. 때때로 외롭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족이 그립기도 해요. 혼자 길거릴 걷거나 커피를 사먹기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소소한 기쁨들이 그리워요. 하지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에 충분히 만족해요."
- 한국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말 모르겠어요. 저는 일본, 대만 등 대부분의 아시아와 호주, 미국에서 일했었어요. 유독 한국에서 타이밍이 좋았었던 것 같아요.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그 기회를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한국 사람처럼 생겼나요?"
- 한국에서 계속 살 계획은 없나요? "워낙 한국을 좋아하기에 한국에서 사는 건 좋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제 가족과 친구들이 바로 제 곁에 없다는 거죠. 지금처럼 한국과 미국·호주를 오가며 지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세계 여기저기를 오가며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요."
- 한국에 와서 문화적인 차이로 놀랐던 적이 있었나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들어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특별하게 놀라거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저 친절하고 따뜻하게 절 대해준 한국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지금 제게 한국은 그저 흥미롭고 고마운 나라입니다." ▶ 고메즈와 함께 춤추는 박지우, 예사로운 사람이 아니다?
박지우 씨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댄스스포츠 선수다. 그는 2004년 동양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댄스스포츠 대회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만이 출전 할 수 있다는 불랙풀(브리티시댄스 챔피언십) 12강에 올랐다. 2005년에는 누나 지은(33)과 호흡을 맞춰 마카오 동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차차차 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같은 해 태국 방콕 인도어(실내) 아시안게임에서도 룸바 은메달을 땄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 댄스 스포츠계의 '대부' 박효 서울시댄스스포츠경기연맹 회장(65)이고 부회장 김숙희(58) 씨가 어머니다. 누나인 지은 씨(33)도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댄스스포츠 선수였다.
박 씨는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사랑받으면 받을수록 댄스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며 기뻐했다.
그는 "제가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댄스스포츠는 좋은 운동이고 댄스스포츠를 통해서 배울 점들이 많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 춤에 대한 안 좋은 부분들이 머릿속 깊이 자리 한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춤을 춘다고 말하면 클럽 같은 곳에서 춤을 춘다고 생각하시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때가 많았거든요"라고 진지한 어투로 이야기 했다.
고메즈는 인터뷰 내내 마주하고 앉은 기자의 눈을 응시하며, 여신다운 미소와 손짓을 잃지 않았다. 또 "Really?"와 "I'm lucky"를 반복하던 겸손함이 기자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박지우 역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남자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제시카 고메즈와 박 씨는 인터뷰 마지막까지 댄스스포츠는 좋은 운동이고 댄스스포츠를 통해서 배울 점들이 많이 있다며 댄스스포츠 대중화와 인식변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글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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