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열리는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게 뛰고 있다. 동아일보는 대구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을 위해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10회에 걸쳐 소개한다. 》 “제가 없으면 경기 못하죠.”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지하 2층 한 창고에서 한 젊은 여성이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경기지원팀 소속인 최문정 씨(26).
최 씨는 1700m²(약 500평)에 달하는 넓은 창고 안을 혼자서 이리저리 다니며 들여온 물품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가냘픈 몸에도 무게 7.26kg, 금속 재질인 포환을 한 손으로 번쩍 들더니 상태를 꼼꼼히 살핀다. 기자가 흠칫 놀라자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며 “무거운 장비를 안전하게 다루려면 남자 못지않은 체력이 필요해 퇴근 후에 팔굽혀펴기, 줄넘기를 1시간 이상 꼭 한다”고 말했다.
최 씨 주변은 온통 육상 장비들로 쌓여 있었다. 성인 10여 명이 누울 수 있을 크기의 장대높이뛰기 매트와 허들, 신호총도 겹겹이 있었다. 최 씨는 물품들을 보며 “제가 관리하고 있는 자식들”이라며 흐뭇해했다.
세계육상대회 종목은 47개. 경기가 펼쳐질 대구스타디움에는 180여 종, 3000여 개의 운동기구와 물품이 투입된다. 길용식 경기지원부 팀장은 “많은 물품을 꼼꼼히 챙기고 보살피는 모습이 꼭 자식 챙기는 엄마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정한 공식 운동기구들이 1차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는 “흠집이라도 나면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다뤘다. 최 씨는 긴급 상황에서 금방 물품을 찾을 수 있도록 일일이 사진을 찍어 관리대장에 기입했다.
한창 꾸밀 나이지만 화장은 엄두도 안 낸다. 이날도 최 씨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었다. 그는 “바닥에 누워서 작업하는 일도 있다”며 “대회가 끝날 때까지 여자이길 포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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