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에서 도핑지원 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는 박주희 씨(32·여)의 각오는 당차다. 행여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우승이라도 한다면 수년간 금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온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박 씨의 목표다. 그래서인지 박 씨의 모든 일처리는 ‘열정’이 묻어난다. 그는 “평소 지론이 ‘정정당당한 삶’이다”라며 “참가 선수 모두가 제 기량을 발휘해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박 씨의 역할은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의 도핑을 담당할 총 170여 명의 검사관을 돕는 것이다. 경기 전 ‘사전 검사’와 대회 기간 중 ‘사후 검사’로 나뉘는 도핑 검사는 업무별로 검사관들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 검사는 채취한 혈액으로, 사후 검사는 소변 시료로 실시한다. 총 47개 종목, 2000여 명의 참가 선수는 도핑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박 씨는 8월부터 도핑검사관들에게 이번 대회에 필요한 세부 업무 교육을 할 예정이다. 그는 “8월 중순쯤 검사관들을 실전 배치할 예정”이라며 “그들의 손발이 되어 주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소개했다. 박 씨는 얼마 전까지 총 40명의 대학생 도핑검사관 교육도 맡아 진행했다. 시료 채취 과정 이론은 물론이고 몇 주간의 실기 수업도 실시했다. 경남 진주 전국체전, 경북 경주 동아마라톤 등 국내 육상경기대회에도 대학생과 같이 동행해 현실 감각을 높여줬다.
박 씨는 요즘 도핑검사실에 들여올 장비들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7월 말까지 시료채취병, 바늘, 알코올 솜 등이 담긴 혈액도핑키트 2500여 개와 선수촌 의무실에 설치될 혈액분석기기 등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넘겨받는다. 8월부터 하나씩 목록을 확인하고 제자리에 배치할 예정이다.
도핑장비 확인에서 관련 교육까지 모두 가능한 이유는 박 씨가 국제도핑검사관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에서 체육학 학사 및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가 도핑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8년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입사해 국제협력팀에서 일하면서부터다. 박 씨는 “2년간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반도핑기구(NADO) 등의 국제도핑전문가들과 교류하고 교육을 받으면서 이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위에서 일하고 있는 박 씨는 “앞으로 국내 도핑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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