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를 삶아서 가늘게 찢은 후 토란 줄기와 고사리를 넣고 맵게 끓여낸 국이 육개장이다. 뜨겁고 얼큰한 국물이 속을 풀어주기 때문에 지금은 해장국으로 즐겨 먹는다. 잔칫집이나 상갓집에서는 손님 접대용으로 많이 내놓았다. 하지만 육개장은 원래 복날 먹는 시절음식으로 발달했다.
옛날 복날 대표음식은 보신탕이었다. 지금은 삼계탕으로 대체됐지만 조선시대에는 삼계탕이 없었고 복날 닭찜이나 백숙도 그다지 많이 먹지 않았다. 그 때문에 보신탕을 안 먹는 사람들이 대신 먹던 음식이 육개장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朝鮮常識)에서 보신탕이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쇠고기로 끓인 육개장을 먹으며 여름 무더위를 이겨냈다고 했다. 육개장이라는 이름에 이런 사실이 반영돼 있다. 개장은 원래 개고기로 끓인 장국이라는 뜻인데 쇠고기를 대신 넣었기 때문에 고기 육(肉)자를 더해서 육개장이다.
간혹 쇠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넣는다고 ‘육계장’이라고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잘못된 표기로 표준말은 육개장이다. 다만 쇠고기 대신에 닭고기를 넣어 끓일 경우에는 닭육개장 혹은 닭개장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복날 또는 상갓집 혹은 잔칫집에서 육개장을 먹었던 이유는 이열치열(以熱治熱)로 여름을 이겨낸다는 실용적 목적도 있었지만 주술적인 이유도 있다. 육개장이 잡귀를 물리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쇠고기에는 개고기와 달리 귀신을 물리치는 능력이 없다. 그 때문에 육개장은 고춧가루를 듬뿍 풀어 넣고 빨갛게 끓였다. 보통 파, 마늘, 참기름과 고춧가루, 후추로 양념을 하고 또 고추기름을 넣어 끓이기 때문에 국물이 빨갛다. 귀신은 빨간색을 싫어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쇠고기에는 없는 주술적 기능을 국물 색깔로 보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육개장으로 유명한 곳은 대구다. 이곳의 육개장은 아예 대구탕이라고 불렀다. 입이 큰 생선인 대구로 만드는 매운탕이 아니라 대구에서 발달한 음식이어서 대구탕(大邱湯)이다. 1929년에 발행된 잡지 별건곤 12월호에 팔도 유명음식 예찬론이 실렸는데 대구의 육개장인 대구탕을 그중 하나로 꼽았다.
별건곤에서는 대구 육개장을 조선인의 특수한 입맛에 맞춰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끓인 음식이라고 했다. 또 쇠고기를 넣고 보신탕처럼 만든 음식인데 지금(1929년)은 크게 발전을 해서 본토인 대구에서 벗어나 서울까지 진출했다고 소개했다.
일반적으로 육개장은 서울식과 대구식인 대구탕을 꼽는다. 대구탕은 고기를 잘게 찢어서 얹는 서울식과는 달리 고깃덩어리를 삶아 자연스럽게 고기의 결이 풀리도록 푹 익히는 것이 특징이다.
남도 사람들은 예전부터 보신탕을 많이 먹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육개장이 발달했을 것이다.
대구에서 특별히 육개장이 발달하고 대구탕이라고까지 불렸던 이유는 분지가 많아 여름에 덥고 습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육개장같이 맵고 뜨거운 음식으로 습한 여름에 흘리는 땀을 보충해야 했던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먹는 음식 중에서 육개장인 대구탕에서 비롯된 음식이 또 있다. 따로국밥이다. 보통 국밥이 처음부터 국에다 밥을 말아서 내오는 데 반해 따로국밥은 밥 따로, 국 따로 내왔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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