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비크(사진)는 범행 직전 공개한 ‘2083년 유럽의 독립선언’이란 제목의 1467쪽 분량의 문서에서 ‘한국’을 50차례 넘게 언급했다. 어떤 대목에선 칭찬을 넘어 질투나 경쟁심리까지 표출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은 한국을 깊숙이 관찰한 결과가 아닌 피상적인 평가다.
브레이비크는 이 문서에서 매우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범행 동기와 준비 과정, 신변잡기를 털어놨다. 박사 논문처럼 주석과 도표, 사진을 달아놨고 가끔은 믿기 힘들 만큼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유연한 사고를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나와 생각과 다른 사람은 모두 처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며 스스로를 옭아맸다. 수년간 문서 작성을 위해 인터넷 검색에 골몰한 탓인지 곳곳에서 표절도 적지 않았다.
○ 한국을 이민자 없는 사회로 오해
브레이비크의 한국 칭찬은 단지 문서의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다. 문서는 한국의 사회 경제 교육 등 여러 분야를 시종일관 언급한 뒤 “한국과 일본은 우리(노르웨이 등 유럽)가 본받아야 하는 모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브레이비크는 “한국 등 아시아 대학은 의욕 있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다수 배출하고 있다. 반면 서구 대학들은 서구의 사악함이나 가르치는 히피 공장으로 전락했다”며 “한국 등 동양 어린이를 이기는 것이 우리의 국가적 목표”라고 썼다. 또 “한국과 일본은 이민자의 유입 없이 잘 조직된 교육 체계만으로도 충분한 직업인을 배출했고 경제 발전을 이뤘다”며 유럽의 이민자 수용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이 밖에도 “한국은 범죄가 거의 없어 살기에 매우 안전하다”며 한국의 사회상과 여성권익, 정치제도까지 언급했다. 또 문서에는 “총을 사기 위해 프라하에 다녀올 때 세관 검문을 피하기 위해 현대차를 이용했다. 현대차는 은퇴자들이 주로 타는 차이기 때문”이라는 구절도 나온다.
○ 표절과 망상, 자기합리화
그는 이 문서에서 한때 천재 수학자였다 연쇄 우편물 테러범이 됐던 미국의 테드 카진스키를 표절했다. 위키피디아 문장을 통째로 갖다 붙이는 등 여러 문서를 베껴 짜깁기한 부분도 많다.
또 브레이비크는 ‘유럽의 이슬람화’에 직간접적인 역할을 한 정치인, 언론인 등을 경중에 따라 A∼D등급으로 배열한 뒤 사형부터 훈방까지 다양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 B등급에 속하는 중범죄자는 영국에 6만2216명, 독일에 8만2820명 등이 있다고 밝혔으나 어떻게 그런 구체적 수치가 나왔는지는 설명이 없다.
브레이비크는 (글을 쓰기 직전, 즉 이번 범행에 착수하기 직전) 창녀와 성관계를 했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남자는 생물학적 본능 때문에 불완전한 존재다. 혼외정사로 놀아나는 것은 내가 성전을 통해 가져올 거대한 은총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잘못”이라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문서의 제목에 대해 그는 “1683년은 기독교군이 이슬람인 오스만튀르크 군대를 무찌른 비엔나 전투가 벌어진 해로 이로부터 400주년이 되는 2083년까지 유럽에서 무슬림을 몰아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