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대현(33)은 국내 대표적인 정통 잠수함 투수다. 최근에는 특급 사이드암 투수는 종종 출현하지만, 그는 특급 잠수함 투수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28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전을 앞두고 닮은꼴 투수인 팀 후배 박종훈(20)을 붙들고 뭔가를 열심히 설명했다. 직접 투구폼을 시범 보이기도 했고, 멀리서 캐치볼을 한 뒤 다시 설명을 곁들였다. 백스톱에 공을 던지게 하면서 폼을 교정하다가 때로는 큰소리로 꾸짖었다.
이날 훈련이 끝난 뒤 만난 박종훈은 “투구 밸런스와 공끝을 살리는 법, 컨트롤을 가다듬는 법, 구종 등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면서 “정대현 선배는 초등학교(군상중앙초)∼중학교(군산중)∼고등학교(군산상고) 직속 선배라 사실 혼도 많이 난다. 나무랄 때는 무섭다”며 웃었다.
박종훈의 타점은 정대현보다 낮다. 그러나 정대현은 “손목을 세워 던져야한다”면서 현재 직구와 투심패스트볼, 슬라이더뿐인 박종훈에게 이날 싱커를 던지는 법도 반복적으로 설명했다.
박종훈은 지난해 2라운드 전체 9번으로 지명된 유망주다. 중학교 시절부터 지금처럼 손이 거의 지면에 닿을 정도로 타점 낮은 잠수함 투수가 됐다. 지난해 입단 때만 하더라도 키 182cm였지만 몸무게는 64kg. 현재 키는 186cm까지 커졌고, 몸무게도 76kg까지 끌어올렸다. 하체 강화를 위해 지난해 입단 때부터 거의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박종훈의 투구폼과 흡사한 정대현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과외선생’으로 나선다고 한다. 평소 말이 거의 없는 정대현이지만 박종훈이 잠수함투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독 애정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