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제주 인근 해상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OZ991편의 기장 A 씨(52)가 사고 직전 거액의 빚을 지고 있었던 사실이 4일 확인됐다. A 씨는 6월 말부터 사고 발생 열흘 전까지 21일 동안 총 30여억 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 7개에 가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4일 현재 A 씨의 채무 총액은 약 15억8000만 원이다. 이 중 S은행 등 시중은행에서 빌린 돈은 14억8000만 원이었다. A 씨는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과 캐피털 업체에서도 1억 원을 대출받았다. 캐피털 업체의 이자율은 개인신용대출 기준으로 최저 연 11.9% 수준이다. 이자율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 억대의 돈을 빌렸다는 것은 그만큼 A 씨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이자율이 보통 5∼6%라는 점을 감안하면 A 씨가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는 800만 원에 이른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A 씨처럼 대형 화물기를 조종하는 베테랑 조종사의 연봉은 약 2억 원이다. 세금과 각종 공제액을 빼면 월평균 1300만 원가량을 받는다. A 씨가 매달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도 200만 원이 넘는다. 결국 원금은 전혀 갚지 않고 대출이자만 갚는다 하더라도 이자와 보험료가 1000만 원이 넘기 때문에 A 씨의 월급 가운데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300만 원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A 씨는 올해 초 20여 년간 살았던 아파트를 팔고 지방으로 이사를 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한 지인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D아파트(144m²·44평형)를 팔고 충남 아산시의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말했다. D아파트의 현재 매매가는 5억∼6억 원 수준이다.
다른 지인은 “A 씨가 빚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을 팔고 아산으로 이사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A 씨의 공군2사관학교 동기생은 “A 씨는 워낙 성격이 좋고 남에게 베푸는 것을 좋아해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다”며 “빚 없이 사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제공하는 거처에 머물고 있는 A 씨의 가족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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