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을 달구자… 대구세계육상 D-4]‘벤 존슨 피치+르메트르 보폭’으로 뛰면 100m 9초 벽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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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3일 03시 00분


■ 인간의 기록 한계는 어디

기록이 단축될 때마다 100m 달리기의 인간 한계는 스포츠과학의 논쟁거리였다. 최근까지 9초50을 한계로 여겼던 과학자들은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9초69),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9초58)에서 잇달아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볼트 자신도 9초40까지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연 100m 기록의 한계는 어디일까.

단거리의 주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보폭을 크게 하면서 한걸음 내딛는 주기(피치)를 적게 하는 스트라이드 주법, 다른 하나는 보폭을 짧게 하고 피치 수를 늘리는 주법이다.

피치 주법의 대표 주자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9초79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지만 약물 복용이 드러나 기록이 취소된 벤 존슨(캐나다)이 꼽힌다. 그는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46걸음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초당 4.7보다.

스트라이드가 넓은 선수로는 백인 최초로 10초 벽을 무너뜨린 크리스토프 르메트르(프랑스)가 있다. 40.5보에 100m를 달리는 그는 볼트(41∼41.5보)보다 보폭이 넓다. 한 발에 2.47m를 뛴다. 가상이지만 둘의 장점만 합친다면 1초 동안 11.6m(2.47m×4.7)를 달릴 수 있다. 산술적으론 100m를 뛰는 데 8초62가 걸린다. 출발반응 시간과 레이스 초반 가속도를 붙이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도 9초대 초반이 가능하다. 물론 스트라이드와 피치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함께 향상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키가 클수록 보폭이 커지지만 보속은 느려지는 것도 보완할 점이다. 현재까지 볼트는 두 주법을 가장 이상적으로 결합한 선수다.

전문가들은 100m를 10m 단위로 쪼갠 뒤 구간별 최고기록을 더해 가상의 기록을 도출하기도 했다. 출발∼10m 구간은 킴 콜린스(미국), 20∼30m 구간은 모리스 그린(미국), 나머지 구간은 볼트의 기록을 합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최고 기록은 9초35까지 내려간다.

출발반응 속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2009년 세계기록을 세울 때 볼트의 출발반응 속도는 0.146초. 팀 몽고메리(미국)가 2002년 파리 그랑프리파이널대회에서 기록한 0.104초보다 0.042초나 느리다. 볼트가 몽고메리처럼 출발했다면 세계기록은 9초54가 됐을지 모른다.

현재까지는 출발반응 속도가 0.1초 이내라면 부정 출발로 간주한다. 인간이 소리를 듣고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론적 한계가 0.1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영국의 한 연구팀은 인간의 소리에 대한 반응 시간은 0.085초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규정이 바뀐다면 0.015초를 더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볼트의 기록도 언젠가는 깨진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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