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월이 22일 대구에 입성했다. ‘번개’ 우사인 볼트가 출현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다.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파월이 마중 나온 팬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파월과 경쟁하는 것을 즐긴다.”(우사인 볼트)
“볼트든 누구든 신경 쓰지 않는다.”(아사파 파월)
한집안이다. 하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누가 우승하든 고국에는 똑같은 금메달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우승의 영광은 양보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이 치열한 우사인 볼트(25)와 아사파 파월(29·이상 자메이카) 얘기다.
파월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6일 들어온 볼트보다 6일 늦게 입국했다. 파월은 “볼트와 함께 입국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비행기편을 따로 예약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볼트와 함께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남자 단거리 육상 선수인 파월의 100m 최고 기록은 9초72로 역대 5위. 꾸준히 9초대를 찍을 만큼 기복이 없다. 하지만 볼트와 타이슨 게이(29·미국)에 밀려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올해 볼트와 파월이 맞대결한 적은 없지만 기록에서는 파월이 앞서 있다. 파월이 9초78로 시즌 1위, 볼트가 9초88로 7위다.
파란색 모자, 티셔츠, 신발 등을 착용하고 입국장에 나타난 볼트와 달리 파월은 붉은색 모자에 검은색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힙합 음악 소리가 헤드폰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볼륨을 높여 듣고 있던 파월은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큰 경기에 강한 볼트와 달리 파월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약한 면모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파월은 “모두가 늘 우승할 수는 없기에 우승이 내 것이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이 대구에 도착한 시간에 볼트는 경산육상경기장에서 400m 계주 및 100m 훈련을 하고 있었다. 볼트는 다른 선수들과 장난을 치는 등 여유를 보였다.
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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