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반카다피군이 트리폴리 서쪽 도시들을 차례로 접수하자 수천 명의 시민이 집에서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는 반군의 차를 감싼 삼색 깃발에 키스를 했다. 트리폴리 중심가 녹색광장은 인파와 차량으로 가득 차 환호와 경적이 멈출 줄 몰랐다. 아직 전투가 끝나진 않았지만 반군은 이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개선 부대의 행렬과 같았다.
21일 AFP AP 로이터 등 외신들이 일제히 전하는 반군의 대공세는 아침 수도방위를 담당하는 주요 부대인 32여단 공격부터 시작됐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막내(7남) 카미스(29)가 이끌어 일명 ‘카미스 여단’인 부대는 리비아 최정예 부대로 알려졌지만 별 다른 저항 없이 반군에 항복했다. 반군은 여단의 무기창고를 장악하고 승리의 깃발을 정문에 올렸다. 이어 반정부 시위로 이곳에 잡혀 있던 교도소 수감자 300여 명을 석방했다. 반군과 감격의 재회를 한 이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뒤 트리폴리 입성까지 반군의 진격은 탄탄대로였다. 정부군은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무기를 버리고 도망가거나 투항했다. 한 반군 병사는 “20일 밤 수도까지 가는데 20분가량 총격전을 벌인 것을 제외하면 아무 일도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밤 녹색광장은 반군을 환영하는 시민들로 다음날 새벽 늦게까지 들뜬 모습을 보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오늘부터 이곳은 녹색광장이 아닌 ‘순교자의 광장’이라 부르자”며 환호했다. 이들은 카다피의 머리 스타일을 비꼬며 “게임은 끝났다, 이 곱슬머리야”라고 소리쳤다. 반군의 거점 도시인 동부 벵가지에서도 이날 밤 수만 명이 몰려나와 경적을 울리고 축포를 쐈다. 과도국가위원회(NTC)는 트리폴리에 있는 시민들에게 “신은 위대하다. 리비아 국민들에게 카다피의 몰락을 축하드린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반군이 통신시설을 잇달아 장악하면서 이날 트리폴리 시내에는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터넷 서비스도 재개됐다. 벵가지 시민들은 21일을 “카다피 정권이 사실상 무너진 첫날”이란 뜻의 ‘Day-1’이라 불렀다.
하지만 22일 아침에도 트리폴리 시내에는 반군과 정부군 간의 총성이 들리는 등 교전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반군 측은 “트리폴리의 95%를 장악했지만 카다피 세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반군 측 대변인은 정부군 탱크가 이날 카다피의 관저가 있는 군사요새 밥 알아지지아 근처에 나타나 발포했다고 전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결사항전을 외치던 카다피군 측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협상을 제의하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리비아 정부의 무사 이브라힘 대변인은 “21일에만 양측 전투로 1300명이 숨지고 5000명이 다쳤다”며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경우 대학살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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