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단일화 뒷거래’ 파장]郭-朴 뒷돈협상이 동서끼리 사적 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 곽노현 선대본부 주장

“단일화 협상에서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가 10억 원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다만 이후에 동서지간인 곽노현 후보 측의 회계담당자 이모 씨와 박 교수 측의 양모 씨가 만나 술을 마시며 사적인 대화를 했는데, 박 교수가 그걸로 계약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곽노현 선거대책본부는 1일 기자회견에서 “선거비용 보전을 요구받았지만 공식 협상을 결렬시켰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가 협상이 됐다고 생각하는 건 이 씨와 양 씨의 사적 대화를 근거로 한 것일 뿐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선대본부에 따르면 곽 교육감 측의 협상대리인인 김성오 씨와 양 씨는 지난해 5월 1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커피숍에서 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 1시간 뒤에 도착한 박 교수와 그의 대변인 K 씨는 10억 원을 요구하면서 각서나 차용증을 써달라고 했다.

곽 교육감은 뒤늦게 도착했고, 김 씨는 “박 후보가 돈을 요구하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곽 교육감은 협상을 중재하던 이해학 목사만 만난 뒤 자리를 떴다. 이후 논의는 김 씨와 양 씨가 진행했다. 중간에 자리를 떴다가 온 박 교수는 “빚쟁이들 때문에 선거사무실에도 못 들어간다”며 10억 원을 보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난감해진 김 씨는 이 문제를 곽 교육감과 선대본부에 물었지만 “어림도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에 김 씨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박 교수는 김 씨를 쫓아와 “그럼 7억 원이라도 보전해 달라”고 했지만 김 씨는 “협상은 이미 끝났다”고 했다.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다음 날(19일) (시민사회 원로가 중재하는 자리에서) 박 교수가 조건 없이 사퇴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18일 협상 결렬을 선언한 이후의 상황이다. 동서지간인 이 씨와 양 씨는 밤새 술을 마시며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본부는 “가족 사이에 사적으로 만난 거라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박 교수가 합의로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와 양 씨 사이에 이야기가 오간 사실은 선대본부는 물론이고 곽 교육감도 지난해 10월까지 몰랐다고 한다. 이 상황을 잘 아는 이 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잠적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선대본부는 “이 씨와 양 씨는 협상의 공식 루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안 된다. 그들의 대화에 대해 더 알아볼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둘 간의 대화를 몰랐으니 이후 2억 원을 준 사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회계담당자인 이 씨가 후보매수 혐의로 기소될 경우 곽 교육감에게도 같은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곽 교육감이 혐의를 벗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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